열네살 소녀의 죽음. 아이의 부모가, 동생들이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쉽게? 빠르게? 아니, 어려울 것이다.
겪어보지 못한 내가 짐작만 하기에도 그렇다. 그런 끔찍한 고통을 함께 겪어낸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 강력한 유대관계를 갖게 된다고 한다.
사후 세계에 대한 환상적인 묘사, 아직 천국으로 가지 못한 채 지상을 맴도는 억을한 죽음을 당한
영혼과 살아있는 이의 교감.... 기대감은 컸고, 영화는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
이 영화는 무려 피터 잭슨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몇년 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피터 잭슨 특별전을
보고 거의 쓰러질 뻔 했던 나로서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어야 한다.
톱질하고 못질하고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옥수수밭을 달리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지는
음산하고 끔찍한 분위기, 범인도 알고 범행 수법도 알고 누가 당할지도 아는 상황에서 그 상황이
닥쳐올 것을 알면서 영화를 끝끝내 보고 있어야 하는 공포가 영화 내내 이어진다.
어찌나 마음을 졸이며 보았는지 모를 지경. 괜히 피터 잭슨이 아니었다.러블리 본즈라는 이름 만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가족 영화를 상상하지 말길. 그야말로 상상 그 이상의 가슴 조이는 공포가
다가오고야 말 것이니. 사실 그 스릴러적인 요소 탓에 고통에 부딪히고 싸우고 인정하고
이겨나가는 가족 구성원들의 노력과 그 의미가 묻힌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모든 걸 다 이룰 수는 없는 거니까.
이러나 저러나 산 사람은 잘 살아야 한다. 잘 살아내야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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