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의 야구 영화, 아니 어쩌면 스포츠 영화에는 크게 두가지 주제로 분류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야구와 스포츠를 통한 개인의 영광과 승리. 이러한 영화는 주로 개인의 일대기나 전성기, 혹은 최후의 비장함을 다루고 있지요. 영화는 스포츠와 그것을 통한 개인의 인간승리와 그로 인한 카타르시스를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최근의 개봉작 "챔피언"은 바로 그러한 예일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스포츠 자체보다는 스포츠를 통한 사회의 순화와 사랑, 믿음의 회복 등을 담아내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엔 영화의 무게가 대게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와 그 사회상에 실립니다. 영화는 스포츠에서의 승리보다는 스포츠 정신의 승리를 더 높이 평가하며 그것이 우리가 발담은 사회에도 꽃피우기를 바랍니다.
<YMCA야구단>.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각본을 맡은 김현석님의 감독 데뷔작. 그래서 인지 영화는 야구에 대한 그의 사랑이 묻어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 야구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통해 감독은 그 안에 담긴 조선말의 시대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지금도 공유할 수 있는 스포츠 정신을, 그리고 우정과 사랑을 찾아낸 것이지요. 영화는 고서적을 반추하듯 이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아직도 반상을 구별하는 시대, 일본에 대한 조선민중의 반감, 발전한 서양 문물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 무너져 가는 조선에 대한 서러움 등 당시의 모든 부류의 혼돈을 영화는 야구라는 새로운 스포츠의 등장과 함께 새 시대를 예감하듯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조선 최초, 최강의 "YMCA야구단". 조선최강의 士번 타자 이호창과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신교육을 받은 당찬 여성 민정림. 그리고 과거 정림의 애인이자 기울어가는 국세를 한탄하는 최강의 강속구 투수 오대현. 영화는 크게 이들의 긴장감안에서 움직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보다도 더 끈끈한 우정이 있습니다. 또한 그 우정은 비단 어린시절부터 시작한 그런 막연한 것이 아니고 나이나 성격, 신분, 성장과정 등 서로 모든 것이 다른 이들이 야구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고 닮아 가는 단단한 우정입니다. 서로 다투고 나서도 흙 묻은 손 한번씩 털고 악수하며, 서로의 흙 묻은 등을 잔잔히 털어주며 화해하는 그런 단단한 우정 말입니다. 어쩌면 이 우정은 의리와도 같은 것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줄곧 황토의 이미지를 던져 줍니다. 프롤로그부터 항토빛의 고서적을 넘기기 시작하여, 황토에서 야구를 하고, 황토에서 뒹굴고, 황토빛 배트를 스윙하고, 밤의 이미지마저 따스한 황토빛 노란색으로 밝혀 줍니다. 마치 땅처럼 살라는 잠언을 던지듯이 말이지요. 아무리 시대가 어수선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도, 서로가 아옹다옹 뒹굴고 다투고 서로 미워할 지라도 묵묵히, 단단히 살라는.. 정말이지 땅처럼, 그렇게 살라는 잠언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야구공 하나에 열광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에겐 정치나 사회 등 골치 아프고, 고치고 고쳐도 문제인 것들 보단 야구공 하나가, 축구공 하나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 사회를 벗어나 살 수도 없는 것입니다. 결국 정치건, 사회 문제건, 야구건, 축구건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모습인 셈이니까요. 역사란, 아니 우리가 살아 간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일 겁니다. 우리가 이렇게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우리의 모습 그 자체이고, 나아가 그것이 역사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서로 다투고, 미워하고, 덮어주고, 어루만져주고, 끝내 사랑하고.. 그러면서 우리는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지.. 땅처럼 산다는 것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