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였다. 줄기세포 맞춤아기가 영화 소재라고 해서 기대했지만, 맞춤아기 영화는 아니었다. 헐리우드식 가족 영화의 범주에 속하는 지극히 평범한 영화다. 게다가... 아역들의 연기 호흡은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형편 없다. 아역들 사이에서 지나친 경쟁 심리가 날것으로 드러나서, 그렇지 않아도 낚인 불편한 심사를 더 지루하게 만들었다. 카메론 디아즈만이 제 몫의 연기를 소화하는 듯, 자연스럽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맞춤아기라는 소재는...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소재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그 민감한 문제를 한참 비켜서 있다. 헐리우드가 예민한 소재를, 상업적으로 만들려다 보니까, 핵심을 비켜간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맞춤아기라는 소재를 다룰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사회적 이슈라는 폭발력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순전, 양념으로 곁들인 걸까. 의심스럽다.
그저... 헐리우드식 가족애와 불치병에 걸린 한 아이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의 스토리다. 사랑하는 가족이 불치병에 걸려 죽어갈 때, 가족들은 어떻게 일상을 살아낼까. 그들은 가족의 죽음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까. 그 이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여, 내용이 신통치 않으니, 영상은 그나마 감각적이어야만 했을 것이다. 죽어가는 사랑하는 딸의 고통과 딸을 죽음으로 보내야 하는 가족의 아픔에... 살짝, 아주 살짝, 맞춤아기라는 소재가 곁들여졌는데... 실존적 소재와는 달리, 영상은 어둡거나 의미적이지 않고, 의외로 밝고 감각적이다.
이 영화가 카메론 디아즈가 아니면, 무슨 흥미와 의미로 만들어진 걸까. 헐리우드의 한계일까. 아니면... 줄기세포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영화적 질문과 이미지화가, 아직은 가능하지 않은 걸까. 누구도 아직 결론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을 소재로 한 영화를,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랑스럽고 밝고 감동적인 가족 영화로, 상업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면, 아마도... 이 영화 이상으로 형상화될 수는 없겠다고, 한 이틀 분노하다가, 이해했다. ㅎㅎ
개인적으로 미지의 영역을 소재로 했지만 어둡거나 심오한 작가주의로 치우치지 않은 영화의 대가로, 스필버그를 이해한다. 쥬라기 공원에서, 유전자조작으로 처음 공룡들이 만들어질 때, 과학자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화면으로 보석류인 호박 속에 남아 있던 고대 파충류의 결락된 염색체를 초파리(개구리였던가?) 염색체로 이어붙이는 장면이, 만화로 삽입된다. 그 장면을 처음 볼 때, 어떤 충격으로 멍했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만일 내가 똑같은 영화를 만든다면, 앞뒤 스토리들이 긴박하고 두려움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그 장면을 귀염스런 만화로 삽입할 생각을 떠올릴까? 맞춤아기라는 홍보 문구와는 전혀 딴판인 평범한 가족 영화가 돼버린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상상력을 또 한번 존경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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