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봤냐?>와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에서의 얼빵한 개구쟁이 이미지는 잊어도 좋다. <나비효과>에서의 고뇌하는 청년이라든가 리얼리티 쇼 <펑크드>의 기획과 제작, 진행까지 겸하면서 보여준 날카로운 냉소와 놀라운 비즈니스 감각 역시 잠시 잊어도 좋다. <S러버>에서 애시튼 커처는 처음으로 섹스어필한 (소년이 아닌) 남성미를 과시한다. 그야말로 이 젊은이가 데미 무어라는 연상의 여인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유혹’했는지, 현실과 픽션 사이를 오가며 관음증적 호기심과 은밀한 상상을 가능케 하는 첫 번째 기회인 셈이다.
<S러버>는 21세기판 <아메리칸 지골로>다. 단, 그 시절의 리처드 기어가 아르마니 슈트를 쫙 빼입었다면 애시튼 커처는 수수한 캐주얼 차림이다. 대신 구치의 재킷이나 헬무트 랭 청바지처럼 로고를 요란하게 박지 않아도 재질과 실루엣만으로 ‘럭셔리’의 은은한 기운을 내뿜는 요즘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애시튼 커처 역시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있다. 매끈하지만은 않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굴곡있는 얼굴, 완벽한 지골로보다는 블루칼라의 음험함 분위기를 내뿜으며 베벌리힐스의 온갖 골드미스 언니들 중 하나에게 앞날을 의탁하려 하는 청춘의 치기를 표상한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의 더스틴 호프먼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특히 풀장에 누워 선탠하는 장면은 노골적으로 <졸업>을 연상시킨다). <할람포>에서 서툰 소년의 성적 방황을 지극히 어여쁘게 그려내는 데 일가견을 보였던 데이비드 매켄지가 <S러버>의 연출을 맡았다. 공감가지 않는 평면적인 캐릭터 설정과 다종다양한 섹스신을 지루하게 열거하는 영화 중반까지만 해도 사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 익숙한 기대를 배반하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할람포>를 떠올리며 끄덕거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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