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꽃이나 빛이 될 수 있음을.... ★★★☆
이런 영화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으며,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인 아프리카 수단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 헌신했던 고 이태석 신부님이란 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이 분이 의외로 젊은 분이라는 것도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알 정도로 이 영화에 대해, 아니 이태석 신부님에 대해 무지했었다.
영화관은 흡사 조그만 성당을 옮겨 놓은 듯했다. 신부님 복장은 보이지 않았지만 몇 분의 수녀님과 분명히 카톨릭 신자인 듯한 관람객들 사이로 어색하게 앉아서 영화를 관람했다. ‘혹시 이 영화... 종교적 색채가 과도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안은 채로.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고 이태석 신부님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 후 아프리카 수단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그곳에서 사제 생활을 하기로 결심하셨다고 한다. 아마도 이태석 신부님은 가장 낮은 곳, 가장 힘든 곳이 바로 하느님이 원하는 곳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신부이자 의사였던 그는 오랜 내전으로 극심한 고통을 안고 있는 그곳 사람들을 치료하고 병원을 만들고 교육기관을 설립한다. 그리고 아무도 돌보지 않아 버려졌던 한센병 환자들을 보듬어주고 아이들을 위해 악기를 가르쳐 브라스밴드를 만들기도 한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두었던 건 바로 교육과 음악이었던 것 같다. 그의 소박한 브라스밴드는 수단의 주요한 행사에 초청될 만큼 관심이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휴가차 한국을 찾았다가 말기 암 환자라는 진단을 받은 그는 수단에 돌아가고자 하는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우려했던 과도한 종교적 색채는 다행히 이 영화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울지마 톤즈>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꽃이나 빛이 될 수 있음을 담담히 보여주며, 한 인간의 짧지만 아름다운 생애는 나도 모르게 살짝 눈물짓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우는 것을 가장 큰 치욕으로 생각한다는 그곳 주민들이 이태석 신부의 영정 앞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진정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사람은 KBS PD인 구수환 감독이다. 그래서인지 <울지마 톤즈>는 전반적으로 TV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불편했던 장면이 몇 부분 있다. 아이들에게 이태석 신부의 사진이라든가 장례식 장면을 보여 주고는 아이들의 슬퍼하는 표정을 근접 촬영하는 장면들. 굳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잡기 위해 카메라가 다가설 필요까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로큰롤 인생>에서 버스를 타고 공연을 가기 전에 동료의 죽음을 듣고 슬퍼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카메라는 버스 안으로 따라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소리만을 전달한다. 나는 그게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물론 <울지마 톤즈> 연출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 이태석 신부님 말고도 많은 종교인들이 아마도 이런 어려운 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실 것으로 믿는다. 주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과시적 물량주의적 선교활동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들의 선교 활동이 이런 식으로 변화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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