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복장, 행동 모두 폭탄인 여대생이 있다.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연합 MT, 그녀는 물에 빠진 시늉을 하며 어떤 남자든 낚아볼 심산이다. 의도와는 달리 정말 물에 빠지고 만 그녀. 그녀의 의도대로 강에 뛰어들어주는 남자. 폭탄 아가씨 은주(신이)와 철없는 왕자 정환(최성국)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날로 정환을 찜한 은주는 얼마 뒤, 군대 간 정환을 면회간다. 폭탄과 엮어볼 생각은 꿈에도 없었겠지만, 정환의 만취한 뇌와 허기진 아랫도리는 은주의 노골적인 공략 앞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다시 시간은 흘러 2년 뒤. 아버지 금고에서 훔친 돈을 뿌리고 다니며 만년 대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정환 앞에, 검사가 된 은주가 나타난다. 쌍둥이 둘을 앞세운 채다. 누구 인생 망치려 드냐고 소리소리 질러봐도 범인이 검사를 이길 리 없다. 유전자 감식 결과까지 갖춰 시부모를 찾은 은주의 계략(?)에 정환은 억지 장가를 가게 된다.
무능력자 남편이 검사 아내를 막 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지만 능력있는 아내는 꼬박꼬박 존대하며 남편을 하늘처럼 받든다. 그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철없는 남편은 단짝 칠구(조상기)와 밖으로만 나돈다. ‘아기를 유기하고 놀러 나간다(아기는 당연히 그동안 병이 난다)’는 식의 뻔한 시추에이션과 그러던 정환이 ‘조폭한테 납치된다’는 식의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반복되는 동안 두 사람은 천천히 가족이 된다.
코미디영화로서 무리될 것 없을 듯한 평범한 스토리임에도 <구세주>는 보는 이에게 무리를 안긴다. 매 순간을 강박적으로 웃기려다보니 불필요한 상황이 넘쳐나고 캐릭터는 일관성이 없다. 찌질이 엽기녀에서 똑 부러지는 검사, 사연 깊은 순정녀로 돌변하는 인물을 정상인으로 간주하는 건 쉽지가 않다. 두 주인공의 엽기성을 드러내는 온갖 에피소드를 늘어놓다가 갈등 봉합은 일기장 하나로 해치우는 것도 무성의한 처사다. 남을 웃기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카메오로 잠깐 등장하지만 극을 통틀어 가장 웃긴 김수미처럼 내공이 있어야 제대로다. 웃음은 양만큼 질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