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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맨틱코미디의 가능성.... 시라노 ; 연애조작단
ldk209 2010-10-04 오후 7:01:01 616   [0]
한국 로맨틱코미디의 가능성....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은 최근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유쾌하게 즐겼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평소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이 영화로 인해 최소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계기는 만들어진 것 같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라노 에이전시’는 병훈(엄태웅), 민영(박신혜), 철빈(박철민), 재필(전아민)이 함께하는 회사로, 의뢰인의 사랑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거의 100%의 성공률을 자랑한다는 시라노 에이전시에 어느 날 모든 조건이 완벽한 펀드 매니저 상용(최다니엘)이 찾아와 교회에서 알게 된 희중(이민정)과의 관계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한다.

 

자신의 사랑을 숨기고 타인의 사랑을 도와준다는 이야기의 원형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이며, 수많은 영화들이 이 희곡에서 모티브를 따와 제작되었다. 대필이든 대역이든 아니면 아바타 방식이든. 그런데 대체로 그런 영화들의 특징은 둘 중, 그러니깐 영화 <시라노> 식으로 말하자면 병훈과 상용 중 한 명에게 포인트를 둔다는 점이었다. 일단 이 점에서만 봐도 <시라노>는 기존 동일한 모티브를 가진 영화의 뒤틀림이라는 신선한 느낌을 준다. 사실 영화의 결론이 정반대였거나 또는 희중이 둘 모두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도 충분히 좋은 영화가 나왔을 것이다.

 

두 번째로 <시라노>에는 아름다운 영상이 있다. 가끔 이런 식의 몽환적이거나 착 가라앉은 듯한 색감의 화면이 장식하는 영화들이 있는데, 스토리나 분위기와 맞지 않을 때, 아름다운 영상은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기억나는 경우로는 <새드 무비>. 다른 요소들의 뒷받침 없이 영상만(!) 아름다운 영화는 아마도 찾기 힘들 것 같다. <시라노>의 영상은 개개별 에피소드들의 현실성 및 배우들의 감정선과 맞물리면서 더욱 아름답게 채색되는 듯 싶다. 카페 내부에서 음악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다음으로 <시라노>는 적당한 유머 감각 및 이야기의 리듬감이 살아 있다. 사실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다루는 영화,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우연이란 요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왜냐면 현실에서도 누군가와의 사랑은 대게 필연을 가장한 우연적 요소들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시라노>에서의 에피소드들도 연결이 애매하고 무리한 지점이 있기는 해도 그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생동감이 넘실댄다.(조개탕) 아마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김현석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추출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거기에 송새벽, 박철민 등을 중심으로 한 유머 감각도 적당한 수준이다.(주연배우들도 유머에 나름 일조했기 때문에 조연들의 유머가 너무 과했을 경우, 좀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거나 하는 종류(?)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녹아 들어간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매력적이라면 충분히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엄태웅이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비슷한 연기톤. 그러나 그의 좁은 연기가 <시라노>에서는 현실성을 획득한다. 젊은 여성 관객들 대부분이 공감하듯 최다니엘은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시라노>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배우일 것이다.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TV에 비해 조금 노숙한 역으로 출연한 박신혜의 연기도 영화에 다양한 색채를 부여한다. 이민정은 오랫동안의 무명 시절을 끝내고 스타로 부상한 연기자로 조급할 수 있는 위치라는 점에서 오히려 주목되는 선택인 듯하다. 무슨 얘기냐면, 전작 <백야행>에서도 그랬지만, <시라노>의 선택은 원톱으로서가 아니라 아직은 여럿 중의 하나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는 김태희과 비교했을 때 특히 두드러지는 지점이다. 김태희의 경우, TV와 광고시장의 인기를 바탕으로 거의 단독 주연으로 영화를 시작했지만,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처만 안고 계속 그 부담감을 지고 가고 있다.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민정 역시 마찬가지로 연기력과 흥행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배우들과 비슷한 비중으로 출연했으며, 어쩌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을 맡았다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내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스러웠던 순간은 극장의 큰 스크린에 이민정의 얼굴이 가득 담긴 순간이었다.

 

※ 영화는 뒷부분으로 넘어가면서 늘어지고 횡설수설하는 감이 있다. 좀 더 과감하게 쳐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김현석 감독이 자신이 처음으로 썼던 시나리오였으며, 자신의 실제 경험이 녹아 들어가 있다는 점 때문에 과감해지지 못했던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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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 연애조작단(2010)
제작사 : 명필름 /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cyranoagenc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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