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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될 수 없는 이방인의 이름 방가? 방가!
sh0528p 2010-10-02 오전 1:33:20 562   [0]

 

김인권의 원맨쇼를 보며 열심히 웃다가 문득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깊이 새긴 대사 한마디...
'제발 인간이 되라!'

 

 

 


" 안뇽하세요. 방가임다"


<방가? 방가!>는 인터넷 채팅에서 즐겨 쓰이는 '반갑다'의 말 줄임 인사말로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들에게 건네는 인사말일 수 있지만 영화 속에선 또 다른 의미인 방태식이 취업을 위해 변신한 부탄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 우리나라 사람인 방태식이 부탄 사람으로 행세할 수 밖에 없었던 취업을 향한 눈물겨운 고군분투가 이번 작품의 핵심 스토리라인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균 키보다 작고 잘나지 않은 얼굴에 취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방태식.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신이 주신 선물이 있었으니 바로 동남아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하는 얼굴이다. 하지만 동남아인이라 속이고 취업을 해도 일도 미숙하고 체력마저 부실하다는 것이 방태식의 치명적인 약점. 그런 그가 동남아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부탄사람으로 행세하며 함께 일하는 이주노동자들과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가 필수적인만큼 이번 작품은 자칫 무겁기만할 수 있는 부분을 김인권이라는 배우가 적절히 웃음을 배합하여 재미와 감동의 수위를 절묘하게 조절하고 있다. 그만큼 <방가? 방가!>는 김인권에게 의존하는 바가 크다. 그가 웃기면 웃고 그가 울면 함께 아파온다. 처음 원탑 주연이라는 부담감이 있었겠지만 그의 배우로의 존재감은 충분히 그런 우려섞인 시선을 뛰어 넘는다. 그런 이면엔 그가 지금껏 걸어온 배우로서의 짧지않은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오래 전 <아나키스트>에서 어리지만 안정감 넘치는 모습은 이후 크고 작은 배역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런 다양한 모습 속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해운대>에서의 오동춘은 그의 또다른 재능을 확실히 인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면서도 오동춘이 보여준 코믹스런 대사나 연기는 <해운대>의 대박 성공을 이루게한 또 다른 이유가 될 정도였고 그런 흐름이 이번 영화로 이어진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 한국에서 일해서 밥먹고 살면 한국 사람이다"


<방가? 방가!>는 김인권의 코믹 연기가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다. 그러나 단지 웃음만을 주는 코미디 영화 이상의 가치르 갖는 작품이기도 하다. 방태식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좌충우돌 취업과정과 취업에 성공해이주노동자들과의 생활은 분명 많은 웃음을 준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 이주노동자들은 방태식만큼의 비중을 가지며 이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과 이주노동자들의 아픔을 보게 된다.  파키스탄, 몽골, 네팔, 베트남등 동남아 각지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직원들도 하지 않는 주말 잔업을 하면서도 급여의 차별을 당하고 심지어 구타나 폭언에 성희롱까지 당하면서도 본국에 있는 가족을 위해 참고 또 참으며 일을 계속한다. 그런 행동들은 그들이 추방을 두려워한다는 약점을 이용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좀 더 잘산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시하는 잘못된 인식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무시와 설움 속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참고 일하는 그들은 각자의 나라에선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고 우리와 다를 바업는 누군가에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버지이다. 우리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것처럼 그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 찾아와 우리들이 힘들다고 안하는 일들을 해주며 돈을 벌어가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속에는 무시와 차별이라는 날카로운 비수가 자리하여 그들을 아프게 한다. <방가?방가!>는 그들의 고된 삶을 방태식이라는 인물을 통해 바라보며 우리 나라 사람이지만 그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방태식을 통해서 우리들의 현재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고 있다. 한국을 위해 일한다는 이유로 진짜 한국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 쯤은 그들도 알고 있고 한국 사람이 되고자 하지도 않는다. 다만 차별과 착취를 하지 말아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우리에게 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Glass'를 유창하게 발음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그라스'라고 발음하는 대목에선 우리가 동경하는 서양인들에게 무시당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는 아이러니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번 영화가 이들의 문제를 꼬집는 무거운 작품이란 걱정은 안해도 될 듯하다.  코믹스러움과 함께 이들의 아픔을 적절한 선에서 다루며 보기 편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방가, 넌 누구냐?"


그럼 방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 사람이면서 우리 국민임을 밝히며 취업하지 못하고 부탄 사람으로 취업을 한 방태식에게 방가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의자 공장에서 우리가 무시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일을 배우지만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그들에조차 무시당한다. 우리들이 그들을 무시하지만 우리 사회 구조는 이미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된지 오래다. 청년 실업이 심하지만 공장에선 사람이 없어 이주노동자들의 일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 중 일부는 우리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고마움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악락하게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도 한다.  물론 일부에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들은 영화 첫 장면 일자리를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들끼리 있는 자리에선 한국을 욕하고 분노섞인 말을 공유한다. 이 대목에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일부의 문제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래서 방가는 그들을 대변하여 분연히 일어선다. 떠밀려(?) 서이기도 하지만 'No Crack Down (단속 중지)'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반장의 임금 착취에 항거해 그들에 목소리를 욕(?)으로 대변해 준다. 실컷 웃은 장면인 두 나라의 욕대결 장면이기도 한 이 장면은 그러나 왠지 웃고 넘길수만은 없는 자조섞인 반성을 하게 한다. 우리가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차별과 무시를 당해 아픔을 겪었으면서도 그런 아픔을 아는 우리가 그들보다 조금 잘산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아픔을 주기때문에,  이주 노동자들이 방가에게 묻는 '넌 누구냐?'라는 이 질문은 어쩌면 방가 한사람에게 몯는 것이 아닌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들에게 왜 그러는지를 묻는 질문은 아닐까...

 

"어중간함을 지울 수 없는 아쉬움"


<아이언 팜>과 <달마야 서울가자 > 이후 6년만에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 육상효 감독은 전작들에 비해 완성도나 연출력에서 발전한 모습이다. 웃음의 포인트를 잘 잡고 억지스럽지 않은 부드러운 진행을 통해 자연스레 웃고 울게 만들고 있는 점은 이전 작품보다 훌륭하다. 물론 이번 작품은 좋은 시나리오로 즐겁게 볼만한 이야기 구조이며 이 점을 배우 김인권이 잘 소화해 냈다는 점도 크다. 그러나 방태식이 이들과 섞이기 전과 섞이면서의 이야기나 결말로 향하는 이야기 구조는 큰 줄거리의 확실한 전개에 소소하게 웃고 즐기는 잔잔한 사건들이 어울어지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외국인이라 대사 전달이 잘 안되어 대사를 자막으로도 표현해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웃음의 포인트나 그들의 아픔에 관심을 자연스레 갖게 만든다는 장점에 비해서 아주 작은 아쉬움이긴 하다.

 

 

그보다는 이 작품이 좀 더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 더 큰 아쉬움이란 생각이 든다. 이주노동자들의 아픔에 집중하고 낱낱이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어서이긴 하지만 이들의 상처를 바라보는 시선은 못내 담담하다. 노래방 친구가 자신의 처리를 위해 그들에게 해서는 안될 짓을 해 결국 경찰서로 잡혀간 장면에서 보여주는 상황은 기대한 감동만큼은 아니며 이들이 노래를 연습해 노래자랑에 참가해 부르는 노래의 감동은 왠지 벅찬 감동까지는 조금 부족해 보였다. 태식이 친구에게 실망해 서로 각자의 길을 갔다가 다시 돌아온 친구의 변심은 별다른 설명없이 등장해 뜬금없기도 하다. 분명히 전작들에 비해 발전한 모습이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웰메이드 코믹 드라마에는 약간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 보인다.

 

"에필로그"


우리나라에서 일하면서도 우리가 될 수 없는 이방인인 이주노동자. 그들은 여전한 이방인이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따듯한 손을 내밀며 우리로 받아 들일 때 우리는 더 행복해 질 것이다. 그걸 너무 늦지않고 깨닫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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