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혁(김래원)은 동료 깡패들마저 악질이라고 치를 떠는 나쁜 청년이다. 형사로 심어둔 끄나풀을 잃은 조직은 동혁을 그 대타로 키우기로 결정하고, 폐교에 가두어둔 채 조련사 범표(강신일)에게 훈련을 맡긴다.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만 해야 하는 동혁. 그는 차라리 죽겠다고 발버둥을 치지만, 마침내 검정고시와 경찰시험을 통과하여 순경이 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아무 놈이나 팰 수 있으니까” 형사가 돼도 좋다고 생각했던 동혁은 차츰 조직의 개보다는 형사로 살고 싶어진다.
형사와 깡패는 종이 한장 차이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깡패처럼 막무가내로 범인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형사의 모습을 <공공의 적> <와일드 카드>보다도 과감하게 밀어붙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구동혁은 타고난 나쁜 놈, 출신이 깡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분명한 전제인 ‘천하의 나쁜 놈’은 영화 내내 이리저리 방황한다. 구동혁은 진정 하늘도 눈을 가릴 패륜아였을까. 그는 실수로 사람을 죽인 친구를 경찰에 고발하지만, 남동생만이라도 대학에 보내려고 애쓰고, 목숨을 걸고 조직을 응징하기도 한다. 이유가 있기는 하다. “제가 윤리 공부를 했거든요.” 검정고시를 보기 위해 암기한 윤리 교과서가 인간의 본성을 그처럼 바꿔놓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성인군자만 모인 지상낙원이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또한 말을 아낀다. 범표는 동혁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데, 그래야만 그가 반항을 할 것이고, 조폭식으로 변형된 스승의 체벌을 가해 관객을 웃길 수 있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귀를 물어뜯거나 물고문을 가하는 수업은 그리 재미있지 않고, 반복되는 폭력에 피곤해질 따름이다. 그렇게 무료하게 40, 50분을 견디다보면 동혁이 깡패의 자질을 발휘하면서 활약하는 코미디로 보상을 받을 수는 있다. 김래원은 특유의 유들거리면서도 귀염성 있는 연기로 제멋대로인 깡패 겸 형사를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청년으로 만들었다. 검사보다도 공부를 잘했다는 엘리트 신 반장(이종혁)이 뒷골목의 생리를 이용하여 범인을 물어오는 동혁에게 감탄하는 과정도 조금쯤은 후련하다. 정직한 주먹이 비겁한 법률보다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동혁의 주먹은 정직하지 않다. 웃기거나 재미있을 법한 대목을 위하여 시시때때로 변신하는 그를 보면, 이 영화에는 몇명의 동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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