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뉴라인시네마의 투자와 배급을 약속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무영검>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 안에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어떤 매력이 보수적인 할리우드의 자본을 끌어당긴 것일까. 이는 아마도 <와호장룡> <영웅> <연인> 등 아시아의 무협이 서구시장에서 쌓아온 신용 덕일 것이다. 후발주자일 뿐 아니라, 무협의 전통도 약한 한국에서 내놓은 <무영검>의 승부수는, 따라서 ‘다른’ 개성을 선보이는 것이어야 한다. 대외적인 성과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이 ‘국산품 애용’ 차원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영화를 고르는 요즘 관객을 매혹하는 길이기도 하다.
때는 926년, 거란에 의해 발해의 수도가 함락되고 왕세자도 암살당하자, 대신들은 권력 투쟁에서 밀려나 ‘야인’으로 살고 있는 마지막 왕자 대정현(이서진)을 찾아나서기에 이른다. 대정현을 발해까지 비호할 임무를 맡은 무사 연소하(윤소이)는 왕위 계승에 뜻이 없다며 돌아가길 거부하는 정현을 설득해야 하는 한편, 거란의 편에 서서 정현의 목숨을 노리는 척살단의 단주 군화평(신현준)과 그의 심복 매영옥(이기용)의 추적과 공격을 막아서야 한다. 소하를 따라나선 정현은 소하의 헌신과 발해의 현실을 마주하며, 자신의 역할에 눈뜨기 시작한다. 화려한 모험과 비장한 각성의 여정, 그것이 <무영검>이 펼쳐가는 이야기다.
발해가 배경이긴 하지만, <무영검>에서 도드라지는 건 시대나 서사가 아니다. 발해에 실존했다는 여자 무사의 활약, 마지막 왕자의 투쟁에 관한 기록은 영감을 준 단서 이상은 아니었다. <무영검>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잘 짜여진 액션이다. <비천무>로 요란한 신고식을 치렀던 김영준 감독은 두 번째 무협에서 ‘액션 업그레이드’를 추구했고, 캐릭터별로 차별화된 액션, 다종다양한 와이어 액션, 최초의 시도로 알려진 수중 액션 등을 선보인다. 시대의 재현보다는 현대적 감성을 보탠 재해석에 치중한 미술과 의상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새로운 볼거리를 준다’는 면에서 <무영검>은 소임을 다한 듯 보인다.
아쉬운 대목은 ‘다시’ 이야기다. 지루함을 덜어내는 과정에서(영화의 최종본은 놀랍게도 100분이 안 된다) 인물들의 사연이 많이 떨어져나가 감정선이 거칠어진 부분들이 생겼고, 분위기를 띄우도록 투입된 특별출연 배우들(정준하, 김수로, 최지우)의 코믹 에피소드와 시종일관 비장미를 추구하는 주역들의 연기톤이 잘 어우러지지 않는 듯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두 무영검(하나는 소하에게, 다른 하나는 군화평에게 있다)의 다른 운명이 제시하는 것처럼, 뚜렷하게 이분된 선과 악의 세계, 평면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는 영화의 비주얼보다 힘이 많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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