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교실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이 마음의 서랍에 숨겨둔 판타지에도 있다. 여고 교실로 몰래 들어가 그들의 성장기를 지켜보는 <몽정기> 두 번째 시리즈는 남학생 교실의 체험을 길어올린 첫 번째 판과 리얼리티를 다투지 않는다. <몽정기2>는 생리대 하나만 굴러다녀도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하는 남학교 학생의 음습한 상상력으로부터 점화된다. 여학생들의 성적 호기심과 성적 취향 그리고 야릇한 장면만 보게 되면 특이한 신체적 반응을 보이는 교생들이 모두 상식적인 생리학과 동떨어져 있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남성 호르몬을 매일 복용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고생들은 성적으로 매우 왕성하며 시각적인 정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시대배경인 1990년대 초반은 하이틴 잡지, 영화 <연인> 포스터, 검표원 따위로 드러나고 있지만 주인공들의 대담한 성적 태도에 파묻혀서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테리우스 같은 운명의 남자를 기다리는 성은(강은비)은 마침 체육 수업 시간에 들어온 교생 봉구(이지훈)를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라이벌 세미(신주아)의 존재가 너무 크다. 초경도 하지 않은 발육 부진을 뽕브래지어로 만회해보려 하지만, 세미의 육탄공격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성은은 기껏해야 이른 아침 교무실에 꽃을 들고 나와 봉구의 자리에 놓는 고전적 구애를 하지만 세미는 대뜸 봉구의 팔짱을 끼고 가슴을 바싹 밀착시키는 실전형 구애로 성은을 좌절시킨다. 그러나 성은에게는 의리파 수연(전혜빈)과 미숙(박슬기) 그리고 자신을 숭배하는 석구(전재형)가 있다. 여기에 한 학년 후배인 섹스박사 성인화(하지은)까지 가세해 성은은 이들 도우미의 우정으로 초경과 첫사랑이라는 진통기를 넘어선다.
미숙의 말대로 ‘예쁜 쭉방이에게 관대한’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공을 들이지 않고, 미성년자 관람가 영화 앞에서 동동 구르는 여고생의 발에 대해 더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은 까닭이다. 현실감 없는 에피소드와 상투적 표현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순서로 흘러간다. 맨몸에 코트만 걸쳐 입고 여고생 앞에서 불쑥 나체 쇼를 보여주는 바바리맨들은 영화의 빈곤한 육체를 스스로 노출하는 대표적인 상투적 표현이다. 교생의 첫 수업 때 세미가 블라우스를 열어 보이는 장면 따위가 많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빈곤함에 더해 여학생의 육체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까지 더해졌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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