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전이시키는 비디오테이프로 혼란을 겪었던 레이첼(나오미 왓츠)은 과거의 악몽을 떨치기 위해 아들 에이단(데이비드 도프먼)과 함께 조용한 시골 마을로 이주한다. 하지만 저주는 끝나지 않는다. 심하게 일그러진 표정의 아이들 시체가 이 지역에서도 잇따라 발견되는 것. 사마라의 저주가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이곳에서도 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마라는 비디오테이프에서 벗어나 에이단의 육신을 파고든다. 레이첼은 에이단을 지키기 위해서 사마라에게 씌워진 저주의 비밀을 알아내야 하며, 사마라를 없애는 방법 또한 찾아내야 한다.
할리우드판 <링2>가 일본판 <링2>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점은 의외다. 고어 버빈스키가 만든 할리우드판 <링>이 일본판 <링>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과 할리우드판 <링2>의 감독이 일본 <링> 시리즈를 만든 나카다 히데오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뜻밖이다. 시나리오 작가 에렌 크루거의 상상력이 많이 개입된 <링2>는 외연상으로 볼 때 할리우드 장르영화에 가깝다. 특히 일부 장면은 할리우드 호러영화의 영향권 안에 놓여 있음을 알게 한다. 낯선 존재가 아이의 육체를 잠식한다는 점은 <엑소시스트>를, 수면 상태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간주하는 데서는 <나이트 메어>를, TV 안과 밖을 넘나드는 점은 <폴터가이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요란스런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 첫 장면은 <스크림>과 닮아 있다. 또 <링2>의 세계는 비교적 논리정연하다. 레이첼의 추적 속에서 낱낱이 밝혀지는 사마라의 어두운 과거는 일본판보다 간결하며, 이해하기도 쉽다.
그렇다고 <링2>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찾을 수 없는 건 아니다. 영화의 핵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성애는 대표적인 경우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레이첼의 모습은 정서적 끈끈함에서 우리네와 닮아 있다. 아들에 대한 사랑은 에이단의 육신을 지배하고 있는 사마라에 대한 증오로 표출된다. 레이첼에겐 사마라의 해원(解寃)보다 아들을 되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증오가 때론 너무 무시무시해서 매정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링2>가 나카다 히데오의 영화임을 드러내는 낙인은 물의 이미지다. 영화의 타이틀 부분에서부터 등장하는 음습한 물의 영상은 오리지널 <링> 시리즈와 <검은 물 밑에서>를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에서 사마라의 미스터리를 푸는 주요 모티브이기도 한 물은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침투해 들어오는 공포를 형상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