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해밀턴 지역의 가톨릭계 사립학교에 다니는 소년 랄프(애덤 버처)는 말썽쟁이 소년의 표본이다. 14살인 그는 이미 애연가이고, 일주일에 211번이나 신의 이름을 욕되게 부르는 죄인이고, 22번의 야한 생각을 하는 욕정어린 화신이며, 22번이라는 엄청난 횟수를 자랑하는 자위의 왕이다. 백주대낮 수영장에서도 그의 어린 욕정은 우스운 꼴로 발산된다. 엄숙한 학교 분위기에서 그런 행동은 지탄의 대상이자 체벌감이다. 교장 신부는 욕정을 다스리라며 강제로 크로스컨트리를 배우도록 명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랄프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니체라는 사람의 문장에 감동할 줄 아는 남다른 감성을 가졌고, 이 세상에서 기적이 이뤄진다는 섭리를 굳게 믿는 보기 드문 신념의 소유자다. 아빠는 죽고, 아무도 없는 집에 덩그러니 혼자 살고 있는 랄프. 그가 기적을 바라는 건 병으로 누워 있던 엄마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엄마가 병에서 낫는 건 기적이 일어나야만 가능하다고 했고, 그때 마침 랄프는 크로스컨트리를 가르치는 히버티 신부(캠벨 스콧)에게서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건 기적 중의 기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기적을 맞이할 기회가 온 것이다. 랄프는 보스턴에 나가 우승하기로 결심하고 훈련에 돌입한다. 해밀턴에 사는 자위의 왕은 보스턴 마라톤의 전설이 된다.
<천국의 아이들>에서 동생의 운동화를 마련하기 위해 달리기를 자청했던 소년은 1등을 했지만 그 바람에 울음만 얻었다. 그때 1등이라는 숫자는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겠지만 3등에게 주어지는 운동화가 필요했던 소년에게는 쓸데없는 영광이 되었다. 그건 슬픈 현실을 일깨우는 비련의 동화였다. 그러나 <리틀 러너>의 랄프에게는 변수가 없다. 그냥 이겨서 1등을 해야 할 뿐이다. 이 영화는 기적을 좇는 소년의 의지를 그리는 영화다. 동년배 꼬마 친구들 사이의 골목길 달리기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들과의 경주인 것이다. 영화는 랄프의 이야기를 따라 초반에는 그의 캐릭터를 살리며 코믹하게 그리다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서정적인 장면으로 방향을 바꾼다. 대부분 이런 장르들이 그렇듯이. 이를테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소년 소녀의 영특하고 놀라운 재능과 그들의 꾸밈없고 유쾌한 성장기’라는 이름의 장르가 있다면 <리틀 러너>는 <빌리 엘리어트> 등과 함께 거기 속할 만한 영화다.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행복에의 의지는 항상 아름답다. 그러나 기적에 관한 이야기는 기적 같은 형식이 없는 한 종종 평범하다. <리틀 러너>는 정확히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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