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비친 제주의 풍경은 헛헛하고, 실패에 대한 좌절이 크지 않았기에 재기의 감격 또한 밋밋하다. 사랑은 한 번 갈등 없이 참 쉽게도 이뤄지고, 벌려놓은 재료가 너무 많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다. 자연히 감동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무엇을 메인 요리로 할 것인지 계산조차 되어있지 않은 듯하다. 사랑을 말할 것인지, 희망을 말할 것인지, 과거에 작별을 고할 것인지.
인물 각자가 다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다. 여자 주인공인 서주희(김태희 분)는 부상과 함께 4년을 동고동락한 애마를 잃었고, 우석(양동근 분)은 경기 도중 실수로 를 잃었다
서주희의 말을 키워낸 만출(박근형 분)은 유선(고두심 분)에 대한 죄책감에, 우석의 엄마 유선은 만출을 향한 분노에 매여 있다. 심지어 소심이(박사랑 분)까지도 의 죽음에 이어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연을 가졌다.
물론 인물 가 사연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다만 주객이 전도돼 만출-유선의 사연에 천착하느라 주희-우석에 대한 초점화에 실패했다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영화 <그랑프리>에서 인물의 사연은 를 추진시키는 힘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 인물에게 사연을 던져주기만 할 뿐 그로 인한 고통이나 갈등은 건너 뛰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만출과 유선의 설득력 없는 갈등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 갈등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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