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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아줌마 이후 한국을 후끈하게 뒤덮은 ‘몸짱’이라는 신조어는 웰빙이라는 시대적 추세와 맞물려 전국의 헬스크럽 혹은 피트니스 센터에 몸꽝인 이들을 끌어들이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줬다. 그런데 저 멀리 미국에서도 이 같은 사정은 그리 다를 게 없는 모양이다.
<피구의 제왕>은 바로 약골로 의기소침해 있는 이들의 몸을 책임지는 헬스클럽의 회원들이 본의 아니게 의기투합, 세계 피구 대회에 참가해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절정의 황당무계함으로 그린 코미디 스포츠다.
피터(빈스 본)가 주인장으로 있는 낡고 허름한 애버지리 조 체육관은, 건너편에 위치한 화이트 굿맨(벤 스틸러)이 운영하는 근사한 글로보 피트니스 센터의 공격적 홍보로 안 그래도 개털인데 계속적으로 회원을 뺐기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이트 굿맨의 음험한 계략으로 폐쇄 위기에 처한 피터는 한 없이 착하지만 어딘가 덜 떨어져 보이는 회원들의 제안으로 5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피구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니나 다를까 운동선수라 하기엔 영 아니다싶은 체력으로 애버리지 조 팀은 숱한 시련에 처하고, 이들의 의기투합에 발끈한 화이트 굿맨은 최강의 팀 퍼플 코브라를 서둘러 결성, 번번이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근래에 들어 선 보인 영화 중 가장 웃긴 영화라 소개 마땅한 <피구의 제왕>의 힘은 당연 배우들의 면모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할리우드의 주성치라 불릴 만큼 루저들의 안쓰러움을 오바스런 말빨과 행동으로 표현해내는 데 있어 최고의 경지에 오른 벤 스틸러. 그리고 <쥬랜더>와 <스타스키와 허치>로 오웬 웰슨의 바톤을 이어 받아 그의 짝패로 등극한 빈스 본. 영화상에서는 벤 스틸러에게 적개심을 품은 여인으로 나오지만 그의 실제 부인인 크리스틴 테일러 등이 등장, 영화는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한다. 이 외에도 <전격 Z작전>의 데이빗 핫셀호프와 한때 비디오 계를 평정했던 액션 스타 척 노리스가 카메오로 가세해 볼거리를 더한다.
여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성기 부분에 장착한 바람 주머니를 틈만 나면 눌러 대는 벤 스틸러와 맞히거나 피하고 것이 시합을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이기에 민첩성을 기르고자 둔중한 스패너를 공삼아 훈련하고 마구 질주하는 자동차 사이로 도로를 횡단하는 등 <피구의 제왕>은 예측불허의 골 때리는 설정을 슬랩스틱과 버무려 엽기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들의 왁자한 소동을 지켜보자면, 뭉쳐도 별 볼일 없을 거 같은 루저들이 사생결단의 정신으로 축구 시합에 나서 삶의 희망을 찾는 주성치의 <소림축구>가 단박에 떠오른다. 물론, 절륜의 내공으로 설계하고 잡아낸 각 캐릭터의 위용과 시합을 비롯한 수많은 장면, 그리고 쉽게 가시지 않는 애틋하면서도 발랄한 여운까지 <피구의 제왕>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긴 한다. 그렇지만 당신의 웃음보를 사정없이 뒤흔들 만큼 재미 하나는 확실히 서비스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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