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잘 나왔단 소리를 듣고,
단단히 기대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우선 생각보다 되게 패미니즘 성향이 짙은 영화였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날 것으로 마구 드러나는 영환 아니었어요.
김복남이란 여자가 처해있는 상황과
그녀가 살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감정과 정서들에서
자연스럽게 패미니즘이 뭍어나고 있어 매끄럽지만, 강하게 패미니즘적 요소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도 좋았는데요.
간략히 요약하자면
길거리에서 여자가 폭행당하는 걸 보고도 모른 척하는,
남의 일이라면 절대 상관하지 않는 한 싱글녀가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휴가차 예전 살던 곳인 무도로 가는데,
그곳에서 학대 받으며 살고 있는 옛 친구 김복남을 만납니다.
처음엔 평화로워 보이는 섬이지만,
노인들 밖에 없고, 젊은 남자라곤 김복남의 남편과 도련님밖에 없는 섬의 특성상,
김복남에게 일상적인 폭행과 학대가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곳이란 것이 점차 드러나는데요.
주인공은 이것을 끝까지 무시하고 외면하다가
결국 김복남이 낫을 들고 살인을 하게 되는 지경까지 몰아넣고 맙니다.
자그마하고, 깡마르고 피곤에 쩔을 때로 쩔은 김복남 그녀가
태양을 바라보다 갑자기 살인마로 돌변하는 씬은
정말 간담이 서늘하고, 또 슬퍼서
전율을 하며 보았구요.
마지막까지 살인마로서 몰아치는 김복남의 연기와 상황들이
소름돋고 가슴 아프게 잘 연출되어 있었습니다.
그 동안 서영희의 조금은 오버스러운 연기가 거슬려 별로 주목하지 않았는데,
이번 김복남 역으로 정말 소름끼치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준 거 같아요.
감정적으로 힘든 영화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겐 추천하지 않구요.
잔인한 걸 못 보시는 분들에게도 비추.
단순한 살인귀가 날뛰는 스릴러 물이 아닌,
정서적인 공감과 이해를 동반하는 스릴러 물을 보시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