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기의 로마제국은 그 영토가 광대하여 아프리카 사막에서 잉글랜드 북쪽까지 걸쳐 있었다. 그 당시 세계는 그 총인구의 1/4이 로마 황제의 지배 하에 있었다. 때는 서기 180년, 마르커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황제의 12년에 걸친 게르마니아(Germania) 정벌이 거의 마무리되던 무렵이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적의 요새만 함락하면 이제 로마 제국은 평화가 온다.
평화로운 '5현제 시대'가 막바지에 이른 서기 180년 로마. 어두운 삼림. 수백명의 부대가 숨을 죽이고 서 있다. 마치 폭풍전야와 같이. 장군의 신호가 울리고 거대한 함성소리와 함께 하늘에는 불화살, 불타는 점토 항아리가 난무하고, 땅위는 수많은 병사들의 피로 물든다. 철인(哲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리차드 해리스 분)가 아들처럼 친애하는 장군 막시무스(General Maximus: 러셀 크로우 분)는 다뉴브 강가 전투에서 대승한다.
죽을 날이 머지않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막시무스를 총애하여, 아들이 아닌 그에게 왕위를 넘겨주기로 한다. 그러나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는 이에 질투와 분노를 느껴 급기야 황제를 살해한다. 왕좌를 이어받은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겨우 살아남게 된 막시무스는 노예로 전락하고, 투기장의 검투사로 매일 훈련을 받는다. 그에게 남은 건 오로지 새로 즉위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 뿐. 검투사로서 매 경기마다 승리로 이끌면서 살아남자 그의 명성과 인기는 날로 높아간다.
로마로 돌아온 그는 아내와 아들을 죽인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날, 오래전 사랑했던 황제의 누이 루실라(Lucilla: 코니 닐슨 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어느 새 민중의 영웅이 된 막시무스. 코모두스는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고 분노하지만 민중이 두려워 그를 죽이지 못한다. 드디어 막시무스는 예전의 부하들과 은밀히 만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존경하던 황제를 살해한 난폭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결의한다. 아직도 막시무스를 사랑하고 있는 루실라는 동생 코모두스를 배신하고 막시무스의 반란을 도우려 하는데.
<글래디에이터> 초반 10분, 관객을 압도하는 전투장면은 영국 판함 근처의 숲에서 진행되었다. 때마침 영국 산림관리 위원회에서 이곳을 벌채할 계획을 접한 스콧은 그들을 대신하여 숲을 몽땅 태워버릴 계획을 세웠다. 막시무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 군대와 로마 제국의 북쪽 경계인 게르만족의 격렬한 전투씬은 16,000개의 불화살과 날아가는 불타는 점토 항아리, 투석기 등으로 엄청난 대화재 장면이 연출됐다. 빠르게 달려가는 말들과 병사들의 맹렬한 전투를 생생하게 잡아내고 싶어했던 리들리 스콧은 촬영 장소의 지형의 윤곽에 알맞게 트랙을 설치하였다. 덕분에 카메라는 트랙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며 더욱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근접거리에서 잡아낼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스펙터클한 액션과 장엄한 세트, 그리고 그안의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살릴 수 있는 감독이 필요했다. 제작자들의 머리속에 1순위로 떠오른 인물은 리들리 스콧. <에일리언><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SF 액션 대작들에서부터 여성들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해낸 아카데미 수상작 <델마와 루이스>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온 리들리 스콧이야말로 <글래디에이터>를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감독이었다. 리들리 스콧을 섭외하기 위해 이들은 특이한 작전을 실행했다. 바로 시나리오나 기타 영화에 관련된 것들을 보여주는 대신 그림 하나를 가지고 사무실로 찾아간 것이다. 위대한 콜로세움 한 가운데 당당히 서있는 검투사와 상대를 죽이라 명하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뻗은 황제의 모습. 바로 19C 예술가 장 레옹 제롬의 '폴레세 베르소'(내려진 엄지 손가락). 이 전까지 고리타분하게 왠 시대극이냐던 리들리 스콧은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승낙을 했고 결국 초대형 스펙터클 액션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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