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알다시피 프랑스 영화다. 그야말로 초스피드를 자랑하는 택시가 어리버리 한 경찰관의 손과 발이 되어주면서 벌어지는 활약을 아주 빠르고 스피디하고 유쾌하게 그렸던 작품이다. 최근 각국에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작품들을 사들이고 있는 할리우드의 표적이 됐음은 당연한 일. 그래서 좀 더 세련되고 깔끔해진 택시로 리메이크 돼 세계를 향해 종횡무진 달리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의 원작 [택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보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일단 말 안 듣는 스피드광인 택시 운전사를 남자에서 여자인 퀸 라티파로 바꿨다. 그리고 그녀에게 대적할 3인조 강도 역시 섹시한 여자들로 옷을 갈아 입혔다. 이러니 원작에 비해 한층 더 코믹해지고 섹시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더 날렵하게 보일 수도 있다.
자전거 퀵 서비스 계의 달인인 벨(퀸 라티파)가 택시 면허를 받고 은퇴를 선언한다. 레이싱 카 챔피언이 목표인 벨은 뉴욕에서 가장 빠른 택시기사로 명성을 날리기 위해 불철주야 밟아대기에 정신이 없다. 아니 멋모르고 벨의 택시에 올라탔다가 빨리 좀 가달라고 재촉하는 손님들이 오바이트 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한편 운전대만 잡으면 자기 차는 물론 앞뒤 차까지 고스란히 흔적을 남겨 놓는 어리버리 형사 와시번(지미 팔론)은 급기야 자동차 키를 압수당하기에 이른다.
이러기에 벨과 와시번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코믹을 표방한 만큼 둘의 만남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은행 강도를 쫓는 답시고 와시번이 오른 차가 바로 벨의 차였던 것. 경찰이 옆에 타고 있겠다, 빨리 달리라고 재촉은 하겠다, 그야말로 벨은 공식적으로 뉴욕 시내를 휘젓고 돌아다닐 절호의 찬스를 맞은 것. 하지만 뉴욕 시내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그만 범인을 놓치고 만다. 이 일로 묘하게 꼬여버린 벨과 와시번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범인을 잡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와시번의 위신이야 이미 경찰서 내에서는 내놓은 상태지만 스피드 하면 한 스피드 한다고 자부하던 벨로서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은행 강도들을 놓치면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 와시번 때문에 번번이 일이 꼬이면서 애인에게까지 체인 상황이지만 범인과의 또 다른 레이스를 계획한다. 원작처럼 은행 강도는 독일인이다. 하지만 이번엔 앞에서 언급했듯 미녀 삼총사다. 그야말로 쭉쭉 빵빵 삼인방의 활약에 경찰들은 침만 줄줄 흘릴 뿐 따라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을 털 때는 온몸을 감싸고 있다가 일단 빠져나가면 섹시함을 한껏 드러내는 짧은 미니 룩으로 갈아입고 활보하니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원작을 접한 탓인지 소재나 내용은 그다지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미녀 삼총사의 섹시함 또한 잠시의 눈요기로 흘리고 나면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원작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하는 건 역시 와시번과 벨이 선사하는 코믹함이다. 마마보이티를 벗지 못한 와시번의 유약함에서 시작되는 코미디들은 슬랩스틱과 심형래식 웃음이 범벅되어 영화의 재미에 스피드를 더한다. 여기에 마치 맞추기라도 한 듯 박자를 넣는 퀸 라티파의 궁합 또한 웃음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마치 와시번이 벨에게 경찰 빼지만을 빌려준 듯한 상황(물론 나중에 그것마저 압수당하지만) 연출이 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미녀 삼총사에게 붙들려 어리버리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의 슬랩스틱과 질소 가스로 인해 유발하는 재미는 그야말로 뻔하지만 포복절도할 만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할리우드식의 오버가 없진 않지만 재미와 웃음 부분을 강하게 보강해 보는 동안은 세상 근심 다 잊어버릴 수 있는 오락성 짙은 영화다.
(총 0명 참여)
1
택시 : 더 맥시멈(2004, Taxi)
제작사 : 20th Century Fox / 배급사 : 20세기 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