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은 나에게로 가는 길이라고 했던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낯선 길,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은 자연 ‘나는 누군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게 마련이다. 파리에서 알제리까지의 5000km를 자동차와 배와 두 다리에 의지해 가는 <추방된 사람들>의 주인공 남녀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날 불현듯 알제리행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남녀는 이 긴 여정이 스스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지 못했겠지만. 사실, 연인인 자노(로맹 뒤리스)와 나이마(루브나 아자벨)가 무료함을 떨치기 위한 여행의 행선지로 알제리로 잡은 건 뜬금없는 일만은 아니다. 자노의 조부모는 알제리가 프랑스 식민지이던 시절 이곳에서 반식민 운동을 펼쳤고, 나이마는 알제리 출신 부모를 두고 있다. 결국 원하지 않더라도 이 여행은 그들의 뿌리를 찾는 작업이 될 게 자명하다.
그러나 이 뿌리찾기는 단지 부모나 조부모를 향한 그것만에 머물지 않는다. 남녀는 스페인의 황량한 한 지방에서 알제리에서 왔다는 소년과 소녀를 만난다. 좁은 걸음을 보채며 친척이 살고 있다는 파리를 향해 유럽 대륙을 오르고 있는 두 아이에게 남녀는 파리의 지인을 소개해주고, 아이들은 남녀편에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맡긴다. 이 짧은 만남은 100년이 넘는 식민지배 기간 동안 프랑스에서 노예처럼 생활했던 알제리인들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불법체류자 단속 경찰의 시선을 피해 트럭 밑바닥에 매달려 떠나는 소년과 소녀의 애처로운 모습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현현한다. 어쩌면 소년과 소녀는 자노와 나이마의 ‘집단적 과거’를 비추는 거울인지도 모른다. 또 자노와 나이마가 알제리에 도착한 뒤 봇짐을 진 난민행렬을 만나는 장면은 이들이 향하는 곳이 단지 알제리가 아니라 지난한 역사임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어딘가로 향하는 수많은 이들과 어깨를 스쳐가며, 남녀가 반대방향으로 힘겹게 거슬러올라가는 장면은 고통의 역사를 품으려는 개인들을 문학적으로 묘사한다. 알제리 출신 소년과 소녀의 집에서 평안함을 느끼며 지내게 되는 것 또한 이들의 알제리행이 불가항력에 의한 일이었음을 결과론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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