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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의 여름] 당신의 미소에 행복했습니다. 기쿠지로의 여름
happyend 2002-09-12 오후 1:50:56 1314   [2]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이요? 음...--a; 그땐 대체로 다들 비슷하지 않았나요? 방학 내내 놀다가 일기 몰아서 쓰느라 광에 쌓여 있는 신문을 뒤지며 오늘의 날씨를 체크하고 탐구생활 답 달고 일지 쓰느라고 눈이 빨개져 있기 일쑤였죠. 공작숙제는 대부분 오빠가 온갖 잔소리하면서 만들어줬고... 음... 음... --;;; 하하하~ 저 어렸을 땐 부모님이 굉장히 바쁘셨기 때문에 멀리 놀러간다는 건 참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집 앞 공터가 고작이었죠. 그래서 마사오의 슬픈 표정이 다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마사오는 피서 가는 친구네 가족이 탄 자가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뒤돌아섭니다. 손꼽아 기다렸던 여름방학지만 이제 여름방학은 외로움의 시간입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 할머니가 잘 돌봐주고 계시지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놀러가는 친구들을 보고 나면 괜히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군요. 혼자 집을 보던 마사오는 소포 수령증에 찍을 도장을 찾다가 우연히 엄마 사진 뒤에 주소를 발견합니다. 그 주소를 들고 길을 나섰다가 깡패에게 붙들린 마사오를 홀연히 나타난 이웃집 아줌마가 구해주죠. 사정을 들은 아줌마는 백수건달 남편에게 같이 아이 엄마에게 다녀오라고 시키면서 여비까지 챙겨줍니다. 아저씨를 따라나서긴 했는데... 어라? 이 아저씨가 데려온 곳은 경/륜/장/....이지 뭐예요. 과연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ㅠ.ㅠ

이제부터 관객은 마사오와 함께 이상하기 짝이 없는 아저씨를 따라 길을 떠납니다. 이 껄렁껄렁한 아저씨는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그 굉장한 문신하며 아예 야쿠자였다고 광고를 하네요. 사람들 다 도망가게 만드는 말솜씨에 성격은 또 얼마나 괴팍합니까? 마사오처럼 저도 왠지 불안해지더군요.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기쿠지로의 여름]이 가지는 가장 큰 미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사오가 아저씨를 서서히 이해해가는 과정을 저도 같이 밟으면서 어느새 이야기에 스며들어가고 있었다는 거죠. 어느새 저 뚱한 아저씨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에게 활짝 웃어줄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러면서 우리의 짧은 여행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으니... 이만한 소득이 어디 있겠어요. ^----^*

제가 처음 기타노 다케시의 얼굴을 봤을 때 ‘어떻게 저런 무표정한 사람이 배우가 될 수 있지?? 일본 정말 이상한 나라야.’ 싶었습니다. 게다가 코미디 배우로 더 유명하다니...-_-;;; 그러나 그의 영화 한 작품 한 작품을 볼수록 그의 매력이 무엇인지 차츰 이해할 수 있더군요. 그의 무뚝뚝한 얼굴 뒤로 배어나오는 따뜻한 마음과 그의 묘한 그림 위로 흐르는 평안함. 그런 매력이 듬뿍 담겨 있는 영화가 바로 [기쿠지로의 여름]이었습니다. 그의 이전 영화에서 항상 절망적인 상황을 이야기하지만 제가 얻은 것은 언제나 희망이었듯이 [기쿠지로의 여름]은 거기에 웃음과 행복을 더한 아주 따뜻한 영화였어요. 물론 중간에 썰렁 유머가 두둥실 떠오를 때도 있었지만 그 조차도 너무 즐거운 한 순간이었습니다.

전에 제가 아는 사람 자주 가는 단골집은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욕쟁이 할머니네였어요. 처음엔 손님에게 인상 뻑뻑 쓰고 뭐라고 하는 그 할머니가 뭐가 좋다고 가나 싶었죠. 음식... 맛은 있었지만 그런 소리까지 들어가며 먹을 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거든요. 하지만 몇 번 더 가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음식 맛이 다가 아니라는 걸요. 바로 그 겉모습 뒤로 숨겨져 있는 따뜻한 정이 더해져서 금방 느낄 순 없지만 일단 빠져들면 결코 잊혀지지 않는 매력으로 다가온다는 것을요. 그래서 다들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가는 거겠죠. [기쿠지로의 여름]이 가진 매력도 바로 그랬습니다. 좋은 인연은 정말 큰 재산이란 걸 마음 가득 담아 가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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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의 여름(1999, Kikuj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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