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해 한 마디라도 언급을 하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게임 속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매트릭스의 난해한 환경설정에 그 화려한 액션들을 이해했듯이, 이 영화에서 나오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오버하는 장면들 모두 이 영화가 게임속이기에 가능한 액션인 것이다. 총을 쏴두 죽지 않는 장면들을 보고 웃는 관객은 그 상황 속에 빠져들지 못하고 단지 그 부분만을 보고 웃게 되는 것이다. 나무만을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 100억이 넘은 돈을 들인, 그리고 범상치 않은 제작기간과 후반작업의 시간소요답게 이 영화는 다른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씬들이 자주 등장하고, 스케일 역시 만만치가 않다. 매트릭스를 능가한다고 평하고 싶은 액션들은 매트릭스 식의 스피디를 조정하는 편집에 홍콩식 와이어 액션이 섞여서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과 감탄을 동시에 선사한다. 물론 아까도 언급했지만 이 상황은 `매트릭스`에서처럼 가상세계이다. 영화를 보면서 `매트릭스`와 참 많이 비교가 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감독은 매트릭스를 의식한 티가 너무나 많이 난다. 그 점이 가장 아쉽우면서도 매력이 있는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매트릭스`의 총알피하는 장면이 카메라 움직임없이 똑같은 포즈로 나오지만 그 뒤에 곧바로 나오는 행동은 눈에 많이 밟힌다. 차라리 매트릭스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영화를 찍었다면 그런 어색함이 보이는 씬은 찍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고, 그가 의식했는지 안했는지는 그뿐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매트릭스와 비슷한 것과 그것을 의식했다는 점이 살며시 보였다는건 나만의 생각이 아닌듯 싶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봐도 그러하니.. 그렇지만 매트릭스보다 액션면에서는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래픽면에서는 우리나라가 한참 딸리지만 그래도 그런 한계가 있는 조건속에서 나온 액션장면들,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였다. 헐리웃 영화에 적응된 관객들에게는 별거 아니게 보일지 모르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참 대단한 업적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돈만 많이 들여서 만든 액션이 아닌,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처리한 몇몇 부분들, 분명 다른 영화와는 다른 그런 씬들에 더 많은 박수를 보낸다. 이 영화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안 좋은 평을 듣고 있는 이유는 엄청난 돈을 들였다는 것과 그에 비해 영화가 유치하다는 것. 천사몽2란 말을 듣는 다던지, 아유레디의 뒤를 밟을 거라든지의 말들은 다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아까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게임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한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와이어 액션들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 유치한 대사들과 관객을 어처구니없는 웃음으로 이끄는 부분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의 부족한 나로써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다만 그 부분은 감독의 세계이다. 내가 어제 그 영화를 보고 집에 오면서 한참동안, 그리고 오늘 하루동안 생각해봐도 결론이 안 나는, 그런 감독의 뜻이 담긴 부분이다. 아무런 뜻없이 웃기기위해 그런 장면을 넣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30억이 넘는 돈을 투자한 영화에 포장하기 급급할텐데 관객 한번 웃기려고 그런 유치한 장면을 넣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액션씬들만 봐도 그 감독의 재량을 엿볼수 있는데 그런 능력을 지닌 감독이 그런식의 어이없는 행동을 한다는거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이 부분은 동감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장선우 감독은 다들 알겠지만 `나쁜 영화`,`거짓말`등 액션이 아닌 색다른 무언가를 추구하려는 감독이다.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닌 액션에서도 저렇게 힘이 넘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렴 자신에게 자신있는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의 평가처럼 그런 식의 영화를 찍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그리고 그의 전작에서 볼 수 있듯이,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사회에 보여주는 그런 자신의 메시지를 이번 `성소`에서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꾸미기에 급급한 영화가 아닌, 메시지를 담고 있는 액션 영화란 점에서 너무도 맘에 든다. 그리고 엔딩에서 볼 수 있는, 가상세계를 파괴하지만 사실은 현실세계를 파괴하는 듯한,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공간에서의 싸움, 그리고 그것의 파괴, 마지막으로 다가간 세계-시간도 이름도 알 수 없는 공간. 그런 그 감독의 메시지가 내 맘에 다가왔다. 솔직히 너무 어려워서 나의 능력에 한계도 많이 느꼈지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만만한 영화가 아니다. 아쉬운건 너무나 많은 돈을 들여서 대중의 기호에 맞는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였는데, 장선우란 사람은 역시나 장선우였다. 솔직히 내 생각에도 영화가 성공하리라곤 생각치 않는다. 그렇지만 난 이 영화를 사랑하련다. 내가 `나쁜남자`를 본 후,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고민을 많이 하고, 그렇게 짜증나게 영화를 봤는데도 아직까지 마음에 남고, 생각하게되는것,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때의 마찬가지 현상. `성소`란 영화가 나에겐 그렇게 다가왔다. 장선우란 사람이 맘에 드는건 아니지만 이번 영화는, 나에게는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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