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현대 일본영화와는 달리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라는 명감독들의 작품과 통하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면서도 마음에 남는 영화를 꿈꾼 스태프가 현대의 젊은이들의 일상을 영상화 하기 위해 참고한 것은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이었다.
이제까지의 유키사다 감독의 영화가 날카로운 느낌의 영상이었다면 촬영감독 후쿠모토와 조명감독 이치카와는 이번은 좀더 건조한 느낌의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례로서 후쿠모토는 짐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를 떠올렸고 유키사다 감독에게 제안한다. 영상도 인물간의 관계성도 건조하지만 사랑이라는 한 순간의 감정이 놓치지 않는 '천국보다 낯선'의 영상은 이 영화의 촬영컨셉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진짜 시골집과 42cm의 틈을 만들어 내라!
일상을 다룬 영화이기에 화려한 세트나 소품들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미술감독 야마구치에게는 커다란 과제가 세가지 있었다. 마사미치의 교토의 시골집, 좌초된 고래, 그리고 빌딩과 빌딩사이의 42cm. 교토의 시골집세트는 몇 대나 물려받았다는 설정으로 디자인되었다. 지금으로선 구하기 힘든 닛카츠 촬영소에 숨겨져 있던 진짜 벽지를 구해 도장해 분위기를 살리도록 노력했다. 빌딩과 빌딩의 좁은 틈은 미술감독이 가장 고민한 부분. 실제 빌딩 옆에 새 빌딩을 세우자는 안도 나왔지만 운 좋게도 진짜 46cm 정도의 틈이 있는 빌딩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보다 3cm 작은 42cm의 틈이 있는 세트까지 만들었다. 살아있는 사람이 그렇게 좁은 공간에 갇혀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감독이 의도한 담담한 그림을 담아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생각한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빌딩사이에 갇힌 남자역의 오쿠라 쿠니요는 미술팀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10분이 한계라고 장담했던 미술감독의 예상을 넘어서 30분을 견뎌내는 열연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