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를 아직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 믿는 내겐 샤말란 감독의 후속작에 대한 믿음은 혹평에도 극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지친다.
"샤말란이란 이름을 세계에 알린 최고의 걸작 <식스 센스> 그러나 아쉬운 후속작"
당시만해도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M.나이트 샤말란이 전 세계 영화인들의 뇌리에 평생 지울 수 없는 각인을 시킨 작품 <식스 센스>를 선보인지도 이제 10년이 넘었다. '최고의 반전 영화'에 굳건히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이 작품은 반전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라 할 수 있다. <다이하드>로 대표되는 헐리웃 최고의 스타인 브루스 윌리스의 출연작품 중에 또 하나의 획을 그은 작품이었고 할리 조엘 오스몬트 또한 일약 스타에 올려 놓은 작품으로 많은 페러디에 '난 죽은 사람을 볼 수 있어요'라는 대사와 장면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식스센스>에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연출을 맡은 샤말란이었다. 오랜 기간 영화계에 몸담으며 많은 작품 활동에 참여해 갈고 닦은 내공을 바탕으로 터뜨린 대박이 아닌 천재적인 발상으로 몇번을 되짚어봐도 흠잡을 수 없도록 정교히 맞춰 놓은 소름돋는 연출 솜씨는 단연 돋보였고 그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이후 사람들은 그의 천재성이 또 한번 발휘되어 <식스센스>처럼 충격의 전율을 또 한번 느껴보기 위해 애타는 마음으로 그의 신작을 기다렸다.
그런 기다림으로 발표된 <언브레이커블>은 같은 주연인 브루스 윌리스와 한번 더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해 더욱 관심이 집중되었다. 역시 그 작품에도 반전은 있었고 전작에 여흥이 주는 여유로움으로 조금 실망스런 부분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그렇게 넘어갔다. 하지만 뒤 이은 <싸인>, <빌리지> 모두 높아진 반전에 대한 기대치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해지자 샤말란을 향한 비난은 점점 커져갔다. 그래서일까... 샤말란도 이제는 더이상 반전을 위한 작품보다는 그가 가진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레이디 인 더 워터>, <해프닝>을 발표했다. 그러나 반전이 없는 샤말란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고 반전이라는 차별화를 갖지 못한 샤말란이란 이름만으로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에 힘겨워졌다. 그런 그가 선택한 또 다른 카드는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큰 스케일이 돋보이는 환타지였고 3부작으로 기획된 그 첫 오프닝을 <라스트 에어벤더>로 열었다.
"동양의 초자연 사상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결합이 이룬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
<라스트 에어벤더>의 원작은 니켈로디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해 니켈로디언 TV채널을 통해 방영된 한미합작 애니메이션이고 원제목은 <아바타: 아앙의 전설>이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 케이블TV를 통해서도 방영이 된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스타일이나 소재가 서양식 보다는 동양의 느낌이 많이 풍기는, 한마디로 우리 입맛에 맞는 스타일이다. 특히 아앙을 연기한 노아 링거가 태권도 유단자라는 사실은 이 원작에 우리가 참여했다는 친근함에 추가해 이번 작품에 기대를 높이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노라가 보여주는 모술은 태권도라기 보다 살짝 태극권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아앙의 적수인 불의 제국 왕자 주코를 연기한 데브 파렐도 태권도 유단자이다.
<제5원소>에서처럼 이 작품에도 4가지 원소 (물, 불, 흙, 공기)라는 지구의 환경을 이루는 핵심을 기본 골력으로 최근 화두로 자리잡은 환경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리는 메세지와도 상통한다. 이들 요소에 국가를 연계시켜 각 국가간의 대립 구도나 대항을 위해 서로 화합하는 동양 역사에 빈번히 등장한 소재를 서양의 환타지와 접목시킨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렵진 않지만 더욱 즐기기 위해선 예습이 필요한 줄거리"
4개의 원소로 대표되는 각 국가간의 대결이라는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하고 새로운 의미를 갖는 내용들이 많다. 우선 '아바타'는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와 달리 4가지 원소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절대자란 의미이고 '벤더'는 특정 요소를 자유롭게 다루는 사람이다. 가령 에어벤더는 공기를, 워터벤더는 물을 다룬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불은 파이어벤더 그리고 흙은 어스 벤더다. 그리고 '벤딩'은 특정 원소를 다루는 기술을 의미해 아앙이 에어벤더로 공기를 자유롭게 다루는 대신 물을 잘 다루지 못해 워터 벤더인 카타라에게 워터벤딩을 배운다.
줄거리에서도 4개 원소를 통달한 아바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질일 수 있고 그런 아바타만 있으면 전쟁도 승리해 세상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기에 불의 왕 오자이는 아들 주코에게 아바타를 잡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는 특명을 내린다. 이번 <라스트 에어벤더>는 주코 왕자와 에어벤더의 대결 구도가 핵심이니 이런 내용을 알고 보면 도움이 될 듯 하다. 애니를 많이 보지 않고 영화를 보았더니 이런 내용이 처음부터 별다른 설명없이 연이어 지나가 흐름을 이해하는데 처음엔 고생했다. 물론 대강 짐작으로 따라갈 수 있는 정도지만 미리 이런 내용을 알고 본다면 대사의 의미를 따라가 훨씬 집중하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을 소재도 살리지 못한 샤말란식 환타지"
원작은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으로 교육적인 주제가 강하지만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스토리와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이런 작품의 강점이 있기 때문에 핵심 요소들을 잘 살리기만 해도 영화는 충분히 어른들도 재미를 갖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삼국지를 연상시키는 국가간 대결이나 무술 대결 시 각 원소간 대결을 이루는 점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거대한 불의 제국이 막강한 기계 힘을 앞세워 처들어 오는 것을 막아야 하는 제국의 위태로움과 아바타는 절대 살생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불의 제국을 막아낼지나 샤말란 식 환타지는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했다.
하지만 우선 실망이 앞선다. 애초에 반전을 기대할 작품도 아니었기에 (이제는 반전에 얽매이지도 않지만) 스토리에 기발함은 없는게 당연하겠지만 4가지 원소나 각 국가간 대결을 풀어가는 과정은 다소 지루함을 참을 수 없다. 아앙이나 주코가 보여주는 대립에서의 무술 실력이나 대규모 전투도 전체 관람가이기 때문인지 지극히 평범하다. 발차기로 불이 나가고 장풍으로 막강한 공기의 파괴력을 보인다고 흥미롭게 상영시간을 집중하기엔 강렬한 무언가가 부족하다. 가끔 여행을 꿈꾸게 하는 멋진 장관 배경이 눈을 즐겁게 해 주지만 자연 다큐의 작품도 아닌 상황에서 이것은 핵심이 될 수 없다. 한마디로 한때 샤말란 하면 반전을 연상시킬 만큼의 샤말란 식 환타지는 이런게 다른다는 식의 강렬한 차이점이 없었다.
"아쉬운 1/3이 지나가갔지만 아직 2개의 다른 이야기가 남았다"
영화 마지막에 또 다른 비장의 인물을 등장시키며 다음 이야기에 호시김을 남겼다. 하지만 남은 이야기도 이렇게 풀어간다면 기대할 게 없다. 최근 많은 환타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성공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손에 꼽기도 민망한 이때 <라스트 에어벤더>도 아쉽지만 수많은 작품 속에 뚜렷한 임팩트를 주지 못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최근 샤말란 작품들 분위기가 대개 그렇듯 호기심이 가는 스토리에 기대해 영화를 보고 기대감 만큼의 아쉬움을 갖고 돌아서야 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제 불혹을 넘긴 샤말란도 자신의 작품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작품 방향이나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할 때이다. 언제까지<식스센스>의 샤말란으로만 기억될 것인가? 반전의 억눌림에서 벗어 났다면 이젠 다른 자신만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장르를 바꾸거나 소재를 바꾸는 것만으로 지금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샤말란... 애정이 있기에 그의 영화를 아직도 극장에서 거금을 내고 본다. 다음 영화에선 자신만의 색깔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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