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신작 '골든 슬럼버'는 이사카 코타로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타이틀 golden slumber는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abbey road'에 수록된 곡으로 뿔뿔히 흩어질 멤버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폴 매카트니가 만든 곡이라고 한다.
원작 소설을 미처 읽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정치 스릴러란 장르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보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실패에 가깝다.
영화는 공권력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희생당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소재는 이미 많이 다루어졌지만 언제나 공포와 심각성을 담을 수밖에 없는 소재라 할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에서 요셉K가 느끼는 무력한 절망감,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일련의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대항할 수 없는 공포, 심지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같은 영화에조차 거대권력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히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정치 스릴러 영화가 있었던가? 그건 넘어가더라도 이 영화 '골든 슬럼버'는 이러한 묵직한 소재를 일본식 개그로 풀고 있다. 그것이 성공적이었느냐..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요시히로 감독은 안전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진지하게 승부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춤추는 대수사선'으로 간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봐도 어정쩡하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 아오야기가 음모에 희생되는 그 시작부터 개그가 시작되며 도무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반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마도 코믹하고, 죄의식 없는 살인도 코믹하고, 무엇이든지 심각할만한 상황만 벌어지면 개그가 튀어나온다. 거기에 돌아갈수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우정이란 요소를 우겨넣어 영화 막바지엔 일본이 동경해 마지않는 하나비(불꽃놀이)가 밤하늘에 터지며 그 불꽃처럼 허무하게 마무리된다.
주인공이 습관적으로 영화 속에서 되뇌이는 '내게 남은 유일한 무기는 타인에 대한 신뢰'라는 순진한 대사만큼이나 영화 또한 순진하며 정치 스릴러라는 무거운 주제를 일본식 환타지로 풀고 있다. 과연 이 어정쩡한 스릴러가 '우리' 관객들에게 먹힐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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