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더운 날씨를 피해 시원한 바다 속 진기한 풍경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신비하고 경이로운 바다 세상 뒤에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진실을 일깨워 준다.
"바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만약 당신의 아이가 바다가 무었인지 물어본다면 어떻게 설명해 줄것인가에 대해 물으며 시작하는 <오션스>. 그 질문을 듣기 전 나도 심각하게 바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음을 깨닫고 무척이나 놀랐다. 우리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바다임에도 나는 그것에 대해 그동안 관심을 갖지도 제대로 알려 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니 그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런 나에게 <오션스>는 친절하게도 바다에 대해 마치 아버지가 자식에게 설명해주듯 알기 쉽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전작 <위대한 비상>을 통해 살기 위해 멀고 먼 비행을 해야 하는 철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 자크 페렝과 자크 클로드는 '지구안의 우주'로 불리우는 바다로 시선을 옮겨 만든 <오션스>를 통해 바다를 이야기한다. 제작기간 7년과 제작비 8천만 달러의 <오션스>는 마치 우리가 바다 속에 들어가 바다 속 동물들을 직접 보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스피너 돌고래가 수면위로 솟구치는 장면이나 지구상에서 제일 큰 대왕 고래,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이 바뀌는 리본 장어, 수백만 거미게의 행군 등 손꼽을 수 없는 멋진 장면들이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이때문에 <오션스>는 어른이 봐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면 더 좋을 영화이다.
"먹이 사슬 그리고 생존 전략"
넒고 넒은 바다 속 다양한 생명체가 살다보니 약육 강식의 법칙은 그곳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오션스>는 먹고 먹히는 잔인한 장면을 많이 보여주는 대신 일부 장면만으로 그들의 삶을 예상하게 한다. 순식간에 자신보다 작은 고기를 먹어치우는 모습이나 백상아리가 물개를 사냥하거나 범고래가 바다 사자를 사냥하는 모습 정도이고 조금 더 가슴아픈 장면이라면푸른 바다거북이 알에서 깨어 바다로 가기까지 군항조들을 피해 얼마 살아가지 못하는 장면이 보일 뿐이다. (물론 분량은 많지 않아도 언제나 이런 장면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힘이 없는 생명들도 살기 위한 전략을 보여준다.
무리지어 다니거나 스톤 피쉬처럼 위장을 하고 독을 이용해 자신을 보호한다. 가시 복어처럼 몸을 부풀리기도 하고 이도저도 안되면 대단한 번식력으로 종족을 보존하기도 한다. 먹고 먹히는 관계가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공생'의 길을 찾아 서로 도우며 살아가기도 한다. 말미잘과 블랙 아네모네 피쉬,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의 입 안을 청소해주며 서로 부족함을 채워가며 함께 사는 모습은 육지 동물처럼 바다에서도 존재했다. 아무리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삶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길도 있음을 보여주며 인간과 바다 속 동물이 함께 공생을 찾아야 하는 이유로 자연스레 이야기가 넘어간다.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은 바로 인간"
생존을 위해 수천, 수만 km를 이동하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새로운 개척을 위해 미지의 영역을 향한다. 그리고 그곳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개발의 뒤에는 생태계를 파괴시키거나 무차별적인 남획으로 이미 자취를 감춘 동물들이 해아릴 수 없다. 그물을 이용해 닥치는 대로 잡아 들이고 한끼 식사를 위해 잡은 상어에서 지느러미만을 잘라 다시 바다로 버리는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을 서슴치않는 인간의 잔인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인간이 살 수 없기에 아직까지 남극과 북극 동물들은 편안하게 살고 있지만 온난화로 인해 북극은 조만간 인간이 항해를 시작할 거란 슬픈 소식에 왠지 북극곰이 처량해 보인다.
우리 지구를 멀리서 관찰하는 인공위성은 인간이 바다에 저지르는 만행을 더욱 잘 보여준다. 바다 색깔이 검게 변한 사진은 굳이 바다로 들어가 온갖 쓰레기와 폐수가 버려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구가 유일하게 우주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바다 때문이다. 바다가 죽으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더 늦기 전에 깨닫고 우리 자손에게 박제된 동물을 보여주거나 수족관에서만 살아남은 바다 생물들을 보여주지 않으려면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오염을 막고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한다.
" 진지함에 맞지 않는 나레이션"
이 작품의 연령층이 아이들을 감안해서인지 시트콤에서 인기를 모은 진지희와 정보석이 맡았다. 그러나 이들의 나레이션은 배한성의 안정감있고 진중함과 달리 가볍고 듣기 거북하다. 연신 갈비 사달라 졸라대고 시니컬하고 심드렁한 아이의 멘트는 몰입을 방해하고 굳이 랩이 들어갈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정보석의 랩은 생뚱맞기만하다.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적인 영화임에도 장난기 어린 나레이션은 이번 작품에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인간 극장>이나 다른 다큐 영화에서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좋은 목소리를 뽐내는 성우의 목소리가 아닌 편안하고 집중할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려주는 메세지의 힘이다. 일면 아버지가 딸에게 바다를 알려주는 성격이기에 이런 조합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더 진지하게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는 형식이 맞아 보인다.
" 토토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와 경고"
프랑스에서 가장 인정받는 다큐 감독이자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살바토레를 연기한 자끄 페렝이 들려주는 바다 생물과 인간의 이야기는 신비롭고 서글프며 무섭기까지하다. 이 작품의 충격은 <더 코브>를 통해 돌고래를 학살하는 인간의 잔인함을 본 뒤 느꼈던 충격과 다르지 않다. 말 못하는 동물들이 죽어가며 말하는 무언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하면 이제는 인간의 차례라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마지막 장면에서 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바다 속 신비한 세상과 동물을 보여 주며 감탄하다 인간의 참혹함을 보이며 더 늦으면 처음에 보았던 모습을 앞으로 볼 수 없을 것이란 메세지를 주는 전개 방식은 더 강한 충격을 준다. <오션스>는 내가 사는 이곳은 우리의 것이 아닌 후세에 물려 줘야 할, 잠시 빌린 곳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게 해 주는 아이에게 꼭 보여줘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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