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문학적인 면과 사람과 현실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주인공 미자역을 맡은 윤정희님의 본명 역시 '손미자'인지라
이창동 감독님이 이 작품을 계획한 시기부터 얼마나 배우 '윤정희'를 염두에 뒀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꽃을 좋아한다든가, 소녀처럼 엉뚱한 모습은 윤정희 님의 실제모습과도
상당히 흡사한 부분이 있었다. 또한 보톡스와 온갖 성형술로 5,60대의 배우얼굴에 주름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그녀의 자연스러운 얼굴은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녀 연배의 다른 어떤 배우가 이런 배역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영화를 보기 전에도,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상상할 수 없었다.
또래 여학생을 집단 성폭력하고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손자와
정부의 생활보조금을 받아 생활할 만큼 어려운 환경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금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성을 팔게 되는 장면에서는 한편으로는 분노했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깊은 곳이 슬픔으로 저려왔다.
때론 '너무 문학적이다'라는 평론가들의 비판을 받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지만
이 작품처럼 문학장르를 제목으로 전면에 내세운 적은 없었다.
그만큼 주인공 미자는 삶속에 시를 찾아다니지만 결국 그녀가 시 찾기를 포기할때
시는 그녀의 삶속에 들어와 하나가 된다.
2시간 20분 가까이 되는 긴 러닝 타임과 배경음악 한번 울리지 않는 잔잔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결코 지루하거나 졸리지 않다.
오히려 그런 잔잔함속에서 감독과 배우가 뿜어내는 집중력과 통찰력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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