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원작인 웹툰 이끼는 보지 않았고,
원작이 있다는 것조차 영화표를 끊고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영화만을 보고 느낀 감상입니다.
영화 이끼는 적당히 긴장감도 있고, 2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도 느끼지 못할만큼 몰입도도 있었습니다.
전 무엇보다 천용덕 이장님의 대사 중에
"정말 유 선생님이 피해자라고 생각해? 어쩌면 가해자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라는 대사가 참 좋았습니다.
수행을 위해 생식을 하고 성경을 50번이나 정독한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성인 군자같은 유 선생님.
그러나 그의 지나친 선함이 전직 범죄자였던 마을 사람들과 용덕 이장에게는 부담이자,
과거의 죄를 떠오르게 하는 또 다른 폭력이라는 사실이 와 닿더군요.
18세 스릴러 영화들은 대부분 쪼이는 긴장감과 살인, 원망 등이 전부인 경우가 많은데
이끼는 보고나서 다시 한 번 생각을 돌이켜보게 하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만의 결말이었다던 마지막 장면도 저에겐 신선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니 그동안 이장님보다 더 묘하게 신비스러웠던 영지의 행동이
그제야 아! 하고 와닿는 것 같았거든요.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장님과 그 패거리들이
마치 악인으로 살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비춰진다는 점과
별다른 교류도 없이 남처럼 살아왔던 유 선생님과 그의 아들 유해국의 관계가
마을에 찾아 온 뒤 개연성없이 갑자기 지나친 부자애를 토해낸다는 점,
유 선생님의 아들인 유해국을 살해하려고 하는 동기가 별로 와닿지 않는 점 등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박해일씨의 청순미는 돋보이고 ㅎㅎㅎ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영화관에서 비싼 돈 내고 볼만한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원작인 웹툰 이끼를 찾아 봐야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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