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는 보고있는 동안에도, 보고난 후에도 일명 '막장 드라마'라는 생각을 벗어날 수 없게 했다.
새로운 단백질 합성을 통해 인간의 여러질병을 치료해낼 수 있는 물질을 만들어내겠다는 일념하에,
주인공 클라이브와 엘사 부부는 여러 실험을 하다 인간의 DNA와 여러 종류의 생물을 섞어서 만들어낸
새로운 종(種)의 생물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 이름은 '드렌(DREN)'.
엘사의 T셔츠에 있던 'NERD(멍청하고 따분한 사람)'이란 단어를 인식한 그 생물이,
짜맞춘 단어를 거꾸로 하여 붙여준 이름.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종(種)은 결코 NERD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뛰어넘은 기묘함과 동시에 신비로운 매혹감을 갖춘 그녀(혹은 그).
그녀를 두고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일개 인간이 신의 영역인 '탄생'의 영역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만들어내는 순간,
어떤 악몽이 펼쳐질 수 있는지와 동시에 인간은 '죄책감'이나 '동정심' 따위때문에
결코 신처럼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 파멸하게 됨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없는 이 부부 사이에서 '드렌'은 기묘한 감정을 담은 생물체로 키워지지만,
그녀는 잘못 만들어진 괴물일 뿐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후반들어 살짝 SF공포로 변하기도 하지만,
워낙 기묘하고 흥미로운 스토리 때문에 1시간 40분동안 영화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한다.
심지어, 이 드렌과 부부 사이에서 펼쳐지는 온갖 극악의 사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어머!","저러면 안되는데!!" 등의 안타까운 감탄사를 내뱉게할 정도였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종(異種)간의 극한의 사건들은 정말 '막장'에 가깝다.
하지만, 단순히 막장에 그쳐서는 이 영화가 흥미에 기대어 만들어진 영화라고밖에 볼 수 없다.
13년전 <큐브>를 만들었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그렇게 흥미위주의 감독이 아니다.
영화의 결말까지 막장으로 이끌어, 잘못하면 관객의 비난을 얻을 수도 있는 이 영화는
그만큼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그 한계'까지 보여주고 이끌어냄으로써,
정작 잘못된 것은 잘못 만들어진 '드렌'이 아니라 바로 '인간'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아이가 없어서, 또한 자신과 엄마와의 비뚤어졌던 관계 등의 감정을 '드렌'에게 투영해
사랑으로 키워내지만 결국 '실험체'에 불과함을 깨닫고 과감하게 처리하여버리려는 '엘사'.
그렇게, 만들고 없애버리고의 과정을 반복하는 과학자와 어머니로써의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그녀는
진정한 '인간적인 악마'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의미심장한 영화 마지막 장면까지도 그녀는 소름끼친다.
이야기를 막장까지 이끌어가고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는 거꾸로 '인간의 추악하지만 신(神)적인 영역으로써의 침범'을 꿈꾸는 초라한 개인의
말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자체는 매우 흥미롭고 어떻게 튈지 모르는 스토리인지라 관객 모두 숨죽여 빠져보게한다.
'드렌'을 연기한 '델핀 차뉵'은 그녀를 처음 본 감독이 그녀를 모티브로 드렌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CG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제의 드렌의 연기를 시키는 등 기묘하고 미스테리하지만
아름답기도 한 것 같은 이종(異種)의 생물체를 이렇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론 SF스릴러이면서, 공포까지 넘나드는 영화 <스플라이스>를 만들어낸 빈센조 나탈리.
이 여름, 대작영화와 허술한 공포영화들 사이에서
짜릿한 긴장감과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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