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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쥬바쿠]이 얽힌 실타래를 풀 사람은 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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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바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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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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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4 오후 11:5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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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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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전에...
1.용어풀이
쥬바쿠(주술,呪術) -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사회와 제도의 암묵적 부정, 비리.
총회꾼 - 소액의 주식을 갖고 주주총회에 출석, 금품 등을 받고 의사진행에 협력하거나 방해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전문주주(영화에선 '오다지마'가 거물 총회꾼으로 등장)
대장성 - 금융업무를 감독하고 지휘하는 정부기관(우리 나라로 말하자면 재정경제부 정도)
2. 일본 경제의 어제와 오늘
지난 80년대까지 일본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리고 결국, 80년대 말 일본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된다. 때문에 이 놀라운 발전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 주변국들과 서방 선진국들은 무척이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들 일본의 조직적인 경제시스템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종신고용, 연공서열에 의한 인사관리, 계열화제도에 의한 생산관리 등을 고속성장를 위한 최선의 길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사정을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제 더 이상 산업화시대의 논리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정보화의 물결이 전세계를 뒤덮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기술혁명이 세계를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자율과 창의성이다.
때문에 지극히 집단적이며 관료적인 일본의 경제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관(官)의 주도하에 진행되어온 공업화였기에 경제흐름을 담당해야 할 은행은 그 자율성을 상실한 채, 정부의 하수인 노릇으로 전락해 버린 상태였다.
그러므로 대장성과 금융기관과의 밀월관계는 끊을 수 없는 것이 되었고, 은행은 불법대출을 일삼게 된 것이다. 때문에 90년대 중반이후 일본은행의 재무구조는 너무나 취약해진다. 여기에 97년에 불어닥친 동아시아 경제위기는 일본의 금융산업을 거의 마비상태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이 때 터진 사건이 바로 영화<쥬바쿠>의 배경이 되고 있는 제일권업은행의 거액의 불법대출 사건이다.
[쥬바꾸] 그 영원한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은...?
영화가 시작되면 빛 바랜 사진 속으로 일본의 현대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벚꽃 만발한 일본식 정원에서 정치실력자들에 대한 금융계 인사들의 로비가 이루어진다.
97년, ACB 중앙은행과 거물 총회꾼과의 3000억에 달하는 부정거래가 발각된다. 이에 정부는 ACB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사찰을 선포하고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수사는 비리의 핵심을 밝혀내는 데에 실패하고 만다. 검찰도 모든 비리의 온상은 은행실세이자 최고 고문인 사사키임을 알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해 애꿎은 중간관리자들만 구속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은행은 대장성과 언론에 대한 로비는 계속하게 되는데...
결국 이를 보다 못한 기타노(사사키의 사위)는 세명의 중간 매니저들과 함께 비리의 책임소지를 밝히기 위해 은행 안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게 된다. 그러나 기타노의 장인인 사사키는 그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보내고 총회꾼들은 야쿠자를 통해 협박을 시도한다.
결국 기타노와 세명의 동료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속에서 그들과 은행, 그리고 일본사회 전체를 속박해온 쥬바쿠의 영원한 고리를 끊으려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땅의 셀러리맨들이여 힘을 내자!
영화 <쥬바쿠>는 일본과 같이 관치금융(정부의 은행에 대한 간섭)이 제도화된, 그리고 주주총회때마다 총회꾼들의 횡포가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상황에 걸맞는 영화다. 정치와 연류된 경제문제야 어느 나라나 다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 한지 3년이 된 현재까지도 4대 개혁(기업, 금융, 노동, 공공)중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 영화<쥬바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나 은행의 개혁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 4명의 셀러리맨들에게서 우린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과중한 업무에도 언제나 상사의 말한마디에 굽신거려야 하는 우리의 불쌍한 셀러리맨들이 오버랩되면서 이 영화는 우리나라 금융계에 종사하는 증권맨들이 꼭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혁을 주도하는 개혁파조차도 상관에게 여전히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미간이 약간 찌푸려지기도 하고, 마지막 주주총회장면에서 어설픈 감상으로 빠지는 것에 실망도 되지만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 굳굳이 싸우는 개인의 활약은 언제나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그러나...
그들의 시도에는 시작부터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포착하는 것은 '인사이더' 다. 그러나 그 조직자체가 이미 구조화된 문제로 굳어져버린 집단이라면 리더 몇명 교체된다고 조직자체가 변한다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아웃사이더'와의 연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블룸버그 TV의 여성 앵커 미호는 이러한 4명의 인사이더가 활동영역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녀의 도움은 단순히 비리의 중심인물을 고발하고 몰아내는데에 만 일조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일본은행이 안고 있는 근본문제는 리더 몇 명에 대한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 지배구조 자체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4명의 중간간부들이 비리의 중심인물이었던 사사키를 몰아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사키가 앉았던 그 자리에 개혁의 핵심인물이었던 기타노가 앉는다고 해도 은행의 부실경영이나 증권회사에 대한 부정융자같은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이 사건이 터진지 3~4년이 지난 지금에도 제대로 금융개혁하나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현실이 말없이 입증하고 있는 바이다. 때문에 이 영화가 그 의도한 바대로 셀러리맨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영화가 될려면 성과급제도나 사외이사제도등과 같은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등을 제시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쥬바쿠>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금융계의 속성과 비리를 고발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영화다. 그리고 머리아픈 정치경제문제를 스피디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그렸으니 그 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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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바쿠(1999, Jubaku : Spellb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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