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에다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 의미에 목숨을 걸면서 살고 있는가. 주문을 걸어 그 주문에 나도 함께 빠져버려 그렇게 희망의 끈이라도 붙잡지 못한다면
이미 살아있을 이유가 없으니 특히 사랑에 빠진 자, 그 사랑에 집착하는 자 그 애달픔과 그 여러가지 겨움으로 이미 괴로워하고 있음으로 용서받을지어다. 자신의 연인에게 최고의 은인일 수 있었던 뿌의 뺨을 거침없이 내리치고 말았던 마틸드를 그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살아있는 흔적을 찾지 못하는 건 괜찮으나 죽었다는 확인을 할 필요는 없으니...
그저 그가 죽은 것을 보지는 않았다는 것만으로 여자는 심장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뛰듯이 살고 사랑하고 그렇게 평생을 버틸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사랑을 만나더라도 유효한 것이다. 그 박동을, 그 에너지를 지켜내고 싶어서... 사과 껍질을 깎으며, 사랑하는 님을 배웅하며, 기차에서 하릴없이 숫자를 헤아리며 얼마나 많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것을, 그래도 믿고 싶다는 것을 자신에게 다짐시켰는가.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판타지를 선물한 인게이지먼트. 혹여 모두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에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참으로 위안이 되었을 허구다. 마네끄는 죽은 것도 아니오, 산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외형이 아닌 그 깊은 심연에서 결코 마틸드를 잊지 않았음을, 그리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을
손에서 고통으로 펄떡이는 심장소리를 기억하듯이,
그 옛날 그녀를 처음 본 이후 각인된 단 한장면을 그대로 복원해내면서
그는 마틸드를 구원하였고, 그리하여 그 또한 다시 사랑할 수 있었으니 안타가운 연인들이여. 사랑할지어다. 그 연인을 사랑하는 수많은 주위의 따뜻하다 못해 펄펄 끓는 사람들이여. 행복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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