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공동 개최되던 2002년, 남한을 경계의 눈으로 감시해야 하는 북측의 43GP 축구광인 1분대장은 월드컵 경기 결과를 듣고 대원들과 공차는 재미로 살아 갑니다. 그러던 어느 야간 수색에서 새끼 돼지를 추격하다 남한 군과 맞딱드려 일촉측발의 순간을 맞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서로간 교전 대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헤어진 뒤 남한에서 들려주는 월드컵 중계방송을 몰래 듣고 심지어 남한 병사와 만나 축구 시합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북한 감청부대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곳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인이 국경도 이념도 잊은 채 그때 만큼은 축구로 하나되는 월드컵이 대한민국에서 공동 개최되던 그 순간에도 유일하게 조용히 보냈던 북한을 생각하며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발칙한 상상을 영화로 담아 냈습니다. 우리가 첫 승조차 거두지 못했던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승승 장구하여 우리가 꿈으로만 생각했던 '4강의 기적'으로 정말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몸소 경험했던 짜릿한 감동의 순간을 우리와 한 민족인 북한과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영화로 옮겨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주유소 습격사건>이후 오랜만에 만난 이성재와 강성진은 여전한 입담과 개인기로 찰떡 궁합의 재미와 웃음을 전하며 <쉬리> 부터 <웰컴투 동막골>, <공동경비구역 JSA> 최근 작품 <의형제>까지 남과 북을 소재로 한 영화의 연이은 히트를 이어가는 분위기에서, <4발가락>으로 흥행에 아픔을 경험한 계윤식감독이 꾸었던 오랜 기간의 꿈이 이루어질 것인가가 궁금해 집니다.
"월드컵"
<꿈은 이루어진다>는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순간 북한 군인과 남측 군인들이 축구를 통해 이념도 사상도 뛰어 넘어 서로가 하나되는 과정을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감동적으로 담아냅니다. 실제로 북한과는 체육 종목을 통해 서로 한 팀을 이루어 출전한 전례와 월드컵 일부 경기를 북한에서 개최하려고까지 했기에 실제로 그랬다면 정말 이번 작품과 유사하게 우리 민족이 하나되어 응원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해봅니다. 우리 국민도 지역이나 좌익, 우익을 나누지 않고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 때를 생각하면서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가슴 벅찬 그 순간을 떠올리며 영화 초반부는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정치 이념"
그러나 이번 영화는 월드컵에 관한 가벼운 농담식의 내용으로 상영시간을 채우지 않습니다. 초반부 남한과 북한은 월드컵으로 하나되며 서로 '우리민족'을 연호하지만 곧 이런 즐거운 시간은 감청부대의 조사로 이어져 곧바로 냉혹한 현실로 돌아갑니다. 1분대장이 생각하는 '축구에는 사상도 이념도 없다'라는 생각은 오직 그의 생각일 뿐, 북한과 남한은 서로에게 여전히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은 부대원들이 저지른 행동에 피를 부르는 숙청의 징후로 그들을 압박합니다. 한치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중요한 후반부는 꽤나 치밀하고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단순히 이번 작품이 월드컵을 소재로 웃음만을 기대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결말을 기대합니다.
"남과 북"
이런 상황 상황의 유사한 점은 두 작을 떠올리게 합니다. 남과 북이 하나로 어울어져 서로 적이라는 사실을 잊고 함께 어울어지는 상황은 <웰컴 투 동막골>과 유사하고 그런 시간이 길어져 의외에 사건으로 변하는... 특히 1분대 내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사건을 밝히는 스릴러적 구성이 돋보이는 부분은 은 <공동경비구역 JSA>와 매우 흡사하게 전개됩니다. 이런 작품의 유사함 속에서도 분대장과 부대원들의 군인정신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며 긴박한 가운데에서 위트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점은 유사한 작품과 다른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합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영화가 약간 코믹스러운 면을 갖다보니 조금 과장된 인물의 성격이 사실성을 떨어트립니다. 투철한 군인 사상으로 무장되어야 할 1분대장의 모습은 축구를 사랑한다는 설정만으로 후반부와 결론을 받아들이기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상황들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감청부대에서 내려 온 여헌병의 캐릭터는 강철같고 냉혹한 카리스마가 필요하지만 그런 면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면도 보입니다. 누구도 꿈에 대해 말하거나 꿈꾸는 점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제목처럼 이번 작품은 웃음과 색다른 시도가 돋보이는 중간에 모호함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개인이 모여 이루는 힘"
축구는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 1명만으로 승리하는 경기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바로 11명이 하나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작품은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가 두각을 나타내며 이끌어가는 구조가 아닌 개개인의 인물 하나 하나가 자신들의 색깔을 튀지 않는 선에서 살려내며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 줍니다. 이점이 이번 영화에서 잘 살려져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특정의 누군가가 아닌 하나 하나가 모여 커다란 조직이 꿈은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기에 이번 작품이 꾸는 꿈의 결과도 이루어질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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