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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촌평]시
csc0610 2010-05-25 오후 12:26:52 1181   [0]

☞ 적나라촌평 :

 


연출 작품마다 사회의 환부를 교묘히 들춰낸 이창동 감독..


<밀양>을 통해 전도연에게 칸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고,


<박하사탕>을 통해 설경구라는 배우를 선물한 그답게,,


이번에는 예전의 히로인 윤정희를 관객들에게 안겨주었다..


이 영화는 국어 선생님이었던 이창동 감독의 과거에 빚대어진,


문학을, 시를 사랑하는 한 예술인의 고뇌가 담긴 작품이기도 했다..


 

Q)시가 죽어가는 작금의 풍토에 대한 일갈,,


이 영화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교묘하게 얽혀있다..


멋쟁이 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은 미자가 시를 배우는 과정 하나,


그리고 그녀의 손자가 얽힌 끔찍한 사건이 또 다른 하나이다..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 오프닝 시퀀스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이 오프닝이야말로 주인공의 불행에 대한 예고인 듯 했다)


시를 배우며 세상의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려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가만두지 않는 세상의 잔혹함을 동시에 비췄다..


이 영화는 제목에 어울리게 시가 엄청 중요한 소재다..


미자가 수강하는 문학 강좌에서 시인 선생님은,


시는 누구의 가슴에나 모두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을 꺼내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를 쓰기 위해 미자는 그런 노력을 기울여간다..


그녀가 지나는 작은 것 하나하나도 그녀는 쉽사리 흘리지 않고,


모든 것을 기록하고 그 모든 것의 진실을 보려고만 했다..


영화에서는 시의 정의를 쉽사리 내려주지 않았다..


입문서에서나 볼 수 있을 그런 두리뭉실한 결론들만 내려진 시..


결국 그 시를 찾아야 하는 건 본인의 몫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 속 시를 완성하기 위한 미자의 여정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시는 한 인간의 순수성을 표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자신에 대한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야 말로,


자신의 마음을 가장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일테니까..


그런 순수함을 잃은 이들은 시를 쓸 수 없는 법이니까..


(영화의 마지막, 그런 부분이 좀 나오기는 합니다;;)


자신의 순수성을 찾아 간직하고 싶어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미자..


그녀가 남긴 마지막 시는 왠지 큰 충격을 주는 듯했다..


'시는 죽었다!'라는 극 중 대사가,


'순수는 죽었다!'라는 비명처럼 들리는 듯해서 말이다..


이 영화는 이처럼 씁쓸함을 안겨주는 영화였다..


그러나 이 씁쓸함이야말로, 이창동 감독 영화의 진미이니..


그것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정말 명작 중의 명작으로 보여질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Q)한국서 시나리오 0점 영화, 칸에 가면 각본상 탄다??


(개인적인 풍문에 기반하여 쓴 글이니 사실 여부는 모릅니다!!)


의도하고 본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관람한 시기가 칸에서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다..


그래서인지 작은 상영관이없음을 감안해도,


꽤 많은 관객들이 <시>를 관람하기 위해 찾았다..


이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탔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영화의 내러티브가 가장 좋았다는 뜻일게다..


그러나 이 영화는 국내 모 평가과정에서는,


시나리오만 0점 처리되어 탈락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한글도 모르는 외국인들의 눈에 완벽하리만큼 좋았던 영화가,


한글을 읽을 줄은 아는 누군가에게는 0점 짜리였다..


여기에 더해 더 말이 안된다고 생각이 들었던 사실은,


그 0점이 시나리오 한 장도 읽혀지지 않은 채,,


감독의 이름만 보고 매겨진 점수였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꽤 씁쓸한 맛이다..


흡사 봄날에 먹는 봄나물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그 씁쓸함 뒤에는 곱씹을 수 있는 무엇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영화를 본 관객들이나 칸의 심사위원들은 인정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그렇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겠지?


,,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어떤 잣대도 필요없고 논리도 필요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영화가 꽤 길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기본적으로 길긴 했지만,


이 영화는 전에 나왔던 어떤 영화보다도 길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지루했다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기교가 그리 많이 담겨있지 않은 담백한 화면의 구성과 전개가,


어떤 인스턴트적인 재미를 원할 관객들의 입맛에는 안 맞겠지만,,


그래도 명감독이라는 타이틀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영화였다..


그 점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

 

 

Copy Right™, 매니악's 적나라촌평

출처 : http://www.cyworld.com/csc0610


(총 1명 참여)
okran0103
잘보고가요~   
2010-08-15 22:13
cinerio2
여운이 길게 남더군요...   
2010-07-18 13:03
pjk0315
보고싶어요   
2010-05-29 08:16
gonom1
잘읽었어요   
2010-05-28 00:08
verite1004
오늘 봤는데...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감독님과 배우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2010-05-25 19:49
boksh2
감사   
2010-05-25 16:3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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