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출신 감독 톰 포드의 매혹적인 영상의 싱글맨
몽환적이고도 낭만적인 매력이 가득한 영상만큼이나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한 남자의 이야기...
대학교수 조지에게는 16년동안이나 함께 살아온 그의 연인 짐이 있었다.
그의 유일한 가족이자 연인이고 친구이고 삶이었던 짐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는 한순간에 그의 모든 삶의 의미이자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평범한 연인이 아니라 남-남 커플이라는 이유 때문에 가족으로서 당당히 인정받지도 못하고,
장례식조차 참여할 수 없게 된다.
21세기인 지금도 공공연하게 인정받기는 힘든 상황이니 1960년대이고 보면 그들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공연히 드러내놓을 없는 사랑을 해야만 했던 그는 아픔 또한 밖으로 편하게 내보일 수 없었다.
혼란과 슬픔에 가득 싸인 조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범한 일상을 보내야만 했다.
그것만이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짐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여자친구인 찰리 조차도 조지와 짐의 관계를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진짜 사랑이 무엇이냐고, 16년이나 함께 산 자신과 짐이 진짜 사랑의 관계가 아니라면 도대체 진짜란 무엇이냐고 화를 내는 조지...
그의 폭발하는 분노 속에서 분명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조지와 짐이 진짜 연인이 아니라면 누가 진짜 연인이란 말인가?
어쩌면 아직까지도 동성애 관계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진심으로 인정하고 보통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의 분위기가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그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인정을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아직도 동성의 사랑을 이성의 사랑보다 평가절하하여 생각하고 있었던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이성을 사랑하는 우리들과 똑같이 사랑하던 사람을 잃게 되면 자신의 삶마저 져버리고 싶을만큼
극심한 슬픔과 고통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지에게 필요한 것도 그런 이해가 바탕이 된 진실된 위로와 포옹이 아니었을까?
불현듯 나타난 제자 케니만이 진심으로 조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학교수인 조지와 사랑하는 짐을 잃은 혼란스럽고 공포에 가득싸인 조지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조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유일한 사람이었다.
우리가 흔히 사랑을 잃고 흔들리다가 다시 두근거림을 느끼고 삶의 희망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마지막을 알리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 한가지는 매력적인 남성 출연자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
조지역의 콜린 퍼스가 훌륭한 연기와 더불어 매력적인 중년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짐역의 매튜 구드는 부드럽고 섬세한 매력, 케니역의 니콜라스 홀트는 감성적이고 도발적인 매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또한 카를로스역의 Jon Kortajarena 역시 잠깐의 등장만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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