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입니다. 특히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수 있는 세세한 부분을 탁월하게 잘 집어내시고 묘사하시는 좋아합니다.
우선 여기에 나오는 배우들은 지난번 밀양보다 더욱 낯선 배우들이 나옵니다. 주인공 윤정희씨를 비롯하여 중품에 걸린 김희라(오랫만에 얼굴을 보니 반갑더군요)씨, 안내상씨(수상한 삼형제로 유일하게 친근한 배우였음)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이 참여한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일반인들에게 낯선 배우를 쓴것은 다른 출연자들하고의 형평성때문에 오랫동안 스크린에서 사라진 윤정희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나싶네요~ 너무 전문적인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면 다른 출연자들하고 발란스가 맞질 않아서 그랬을거라 추축이 됩니다.
또한 주인공 미자의 캐릭터가 참 독특하면서 신선했습니다. 생활보조금과 중풍 든 노인을 간병하며 받는 돈이 수입의 전부이지만 레이스 달린 옷과 모자를 즐겨 쓰며 튀는 옷을 즐기는 멋쟁이 할머니이면서 이혼한 딸이 남겨준 사춘기의 중학생 외손자를 사랑하는 할머니. 뒤늦게 어린시절 꿈이었던 시인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마지막이 될 시상을 찾아 헤메는 모습은 신선하면서 아름다워보였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과거 10여전만해도 시는 우리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였으며 대중들도 시를 사랑하고 시집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빠르게 흘러 더이상 우리 주변에서는 시인을 찾기도 힘들고 시를 사랑하는 모임들도 찾기 힘들어졌지요~ 저도 과거에 시 모임에 다닌적이 있는데 영화내내 과거의 추억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마지막에 미자 할머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죽은 여학생에 대한 시는 음미할만 합니다. 다시한번 그 마지막 시를 읽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할머니의 죽음을 여백으로 처리한 장면들은 가슴을 아프게 하네요~
2시간 40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에 극적인 스토리는 없어서 자칫 지루할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과거를 회상하며 시를 음미하고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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