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의 모습은 3가지 스펙트럼이면 충분하다.
돈, 섹스, 권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3가지면 다 설명된다. 그리고 이 영화, [하녀]는 그 3가지 스펙트럼으로 눈이 부시다.
사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이 영화를 편애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막상 2010년의 [하녀]는 무조건 편애하기에는 좀 부족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했고 기괴했으며 아름다웠다. 그에 비해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돈, 섹스, 권력, 3가지 색으로 칠해진 그림같았다(실제로 50억 정도의 미술품과 700층 규모의 2층짜리 대저택 세트는 그 자체로 그림이었다). 물론 영화는 미장센의 예술이지만 진정한 미장센은 세트에 있는 게 아니라 표현법에 있는 게 아닐까.
자꾸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것은 양쪽 영화 모두에게 잘못된 잣대일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원작으로 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영화라는 느낌이다. 같은 이름의, 각각의 작품이랄까. 가장 다른 점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조금 느슨하고 헐거운 서사로 평면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김기영 감독의 [하녀] 잘 짜여진 서사와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고조감이 더해지는 입체적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것이다(아- 어쩔 수 없이 또 두 영화를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오히려 이렇게 단순한 구조를 가짐으로써 배우들의 캐릭터가 두드러지는 장점을 가진다. 다른 복합적인 설정이 없으니 캐릭터는 단순해 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그 캐릭터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주어 다른 생각을 하게 하지 않고 쉽게 그 성격을 드러내준다.
다른 사람에게 맹하다는 평을 듣는 순진한 하녀 은이(전도연), 뭐든 무서울 게 없고 갖고 싶은 건 쉽게 취하는 권위적인 나쁜 남자 훈(이정재), 부잣집의 남부러울 것 없는 집의 어린 아내 해라(서우), 오랜 하녀 생활로 집안 사정은 모르는 게 없는 나이든 하녀 병식(윤여정).
이렇게 쉽게 구분되는 캐릭터는 영화를 보는데 있어 쓸데없이 복잡한 감정적인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4명의 주연배우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를 다 했다. 특히 맹하고 둔한 여자를 제대로 보여준 전도연과 오랜만에 자신의 역할에 녹아들어 “저 새끼 저거 진짜 나쁜 놈이네.”하는 생각이 들게 한 이정재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충격적인 결말 부분의 장면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던 것은 분명하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비교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작품으로 기억 됐을 수도 있었겠다. 이러니 저러니 말을 많았어도 누가 묻는다면,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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