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하사는 해병대 훈련과정을 1등으로 졸업한 뒤 특수수색대에 자원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합니다. 그 즈음 군대 내 남녀차별에 대한 기사가 난 뒤 군에서는 여성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이유미 하사를 해병대 수색대에 배치합니다. 그러나 거기서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은 존재했고 그녀가 맡은 만년 최하위팀에서조차 그녀를 상관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은 팀원들을 움직여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게 되지요. 그런 모습을 시기하며 주변에서는 그녀를 방해하려는 음모가 시작됩니다.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해병대, 그중에서도 선택받은 사람만이 갈 수 있을 정도의 강인한 체력이 필요한 특수수색대를 소재로 한 <대한민국 1%>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속의 군인정신과 전우애와 함께 남녀차별을 이야기합니다. 매 작품마다 실험성 가득한 영화를 선보였던 조명남 감독은 무겁고 난해한 스타일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남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분위기로 변화를 주지만 여전히 메세지만큼은 강하고 날카롭습니다. 남자라면 다녀와야 하는 군대의 추억과 여자들은 말로만 들었던 군대라는 곳의 실상을 보여 준 이번 작품은 기대만큼의 재미와 아쉬운 감동이 교묘히 교차하고 있습니다.
"군대와 여자"
지금까지 남자들만의 공간으로 받아들여졌던 군대는 조금씩 여자들에게도 문을 열고 있어 이번 작품의 소재가 독특하고 신선하지는 않지만 특수수색대라는 영역으로 제한을 두어 극적 재미를 노리고 있습니다. 금녀의 구역으로 자리했던 곳에 여자가 첫발을 디디면서 생기는 웃지못할 상황은 왕종팔 하사(임원희)로 인해 웃기는 상황이 더욱 잘 살려졌고, 금녀의 벽을 깬 이유미 하사의 강인하고 투철한 군인정신은 단역생활을 끝으로 첫 데뷔작을 통해 몸을 사리지 않은 아이이의 열연으로 실감나게 그려집니다. 여자 상관을 인정하기 싫고 여자와의 경쟁에서 절대로 지기 싫은 남자의 심리가 크고 작은 사건을 만들며 그녀를 괴롭힙니다. 그럴수록 다시 일어나는 그녀의 악착같은 모습은 여자를 부각시키기 위해 남자들을 깍아 내린다는 시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인정하기 싫었던 남자들이 비겁한 치부를 들춰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남녀차별"
이유미 하사는 능력이 있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부당함에 맞섰고 팀장이 되는 과정에서의 불합리함도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만년 하위였던 3소대 3팀에서도 그녀는 애정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팀장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같은 부사관들끼리도 그녀는 전우라기보다는 여자일 뿐이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자 치사하고 야비한 수법으로 그녀를 곤경에 빠트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당해야하는 부당한 처사들은 영화라서 과장이 조금 섞였는지 모르지만 꼭 군대가 아니더라도 회사에서의 여직원 또는 여팀장을 떠올리면 주변에서 이런 모습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일지 모릅니다.
"과유불급"
혈기왕성한 남자들과 제한된 공간에 여자가 함께 하면서의 해프닝은 웃음을 주고 여자라는 이유로 받아야하는 차별과 모함에는 연민과 분개하는 마음도 듭니다. 그리고 신체적 차이 너머 차별을 극복해 가는 과장이나 진심을 알게 되고 팀장으로 받드는 팀원들의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그러나 감동적인 전우애를 위해 작위적인 상황 설정과 과도한 연출은 오히려 재미와 감동을 반감시킵니다. 영화 제목처럼 '대한민국 1%'인 군인만이 받는 훈련의 위험성과 인간의 한계를 보여 주는 장면이 필요해 보였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사는 군인들의 애환과 북한과의 총격전도 좀 더 사실적인 상황 설정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전우애"
그러나 영화 내용과 관계없이 자신의 빛나는 청춘의 한때를 이런 저런 이유와 변명으로 피하지 않고 군대를 간 분들은 모두 존경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남자나 여자의 구분은 필요없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금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생활을 하시는 모든 분들은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전장에선 함께 목숨을 걸고 적과 사투를 벌이는 전우만이 있을 뿐 남자와 여자의 구분은 없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그 점을 말하고 있듯 국군장병 여러분의 노고로 인해 우리는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닌 단지 길고 긴 휴전중이라는 사실마저도 잊고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암과 싸우다 기적처럼 영화를 마치고 장렬히 생을 마친 故 조명남 감독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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