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을 인간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 시간이 흐르면 성장을 하고 사랑도 하며 조금씩 죽음이라는 마지막 종착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숙명을 타고 난 인간... 그 숙명의 시간 속 모두에게는 한편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로맨스라는 선물이자 형벌이 주어집니다. 세상 모두를 가진 듯한 행복을 만끽하며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기만한 시절이 있는가 하면 상처로 인해 세상에서 홀로 버려진 듯한 외로움으로 시간이 빨리 흘러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를 기도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 '사랑'에 대해 우리는 가끔 잘못된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사랑은 젊음에 전유물이라는...
물론 사랑이 청춘 남녀가 만나 성인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이기도 합니다만 그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젊은 커플의 사랑은 당연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의 사랑에는 다시 돌아보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2002년 박진표 감독은 <죽어도 좋아>라는 우리 영화를 통해 늙은 육신이라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는이 없지만 아직까지 가슴에는 사랑이라는 열정의 불꽃이 타고 있는 그분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사랑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왜곡되고 편협했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 ( 원제 It's complicated)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오랜 세월로 지혜와 연륜을 갖고 있는 분들이지만 사랑만큼은 아직도 복잡하고 어렵다는 진리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인(메릴 스트립)은 제이크(알렉 볼드윈)의 불륜으로 이혼한 뒤 혼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자식의 졸업식 때문에 우연히 만나 옛 추억을 공유하다 그만 사랑에 빠집니다. 또 다른 불륜이기도 하다는 이성이 내리는 죄책감과 사랑을 원하는 감성 중간에 괴로워하는 도중 집 증축을 위해 만나게 된 아담(스티브 마틴)이 가세하여 이야기가 점점 복잡해 집니다. 때 아닌 두 남자의 사랑 고백에 행복한 고민을 하지만 쉽게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꼬리를 물며 그녀는 누구를 선택할지 궁금해집니다.
이런 노년의 사랑을 연기하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 배우들의 출연은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을 맛깔스럽게 살려 냅니다. 환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외모를 보여주는 오스카 여우 주연상에 빛나는 메릴 스트립은 얼마나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고 있는지를 감탄하게 하고 이미 중년때부터 체중 관리에 실패하여 불어버린 체중으로 극장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주연으로는) 알렉 볼드윈은 그동안의 모습과 달리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모습을 보여 귀엽기까지 합니다. 거기에 수많은 코미디 영화로 고정된 이미지를 주었던 스티브 마틴도 웃음기 쫙 빠진 연기를 통해 서로의 관계를 계속 복잡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로맨틱 홀리데이>를 통해 여성 특유의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 낸 낸시 마이어스는 잘 짜여진 스토리와 이들 배우의 빛나는 연기를 잘 배합해 관객들이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보는 동안 행복한 모습을 보며 함께 행복해질 정도로 웃음이 넘치고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중 최고는 알렉 볼드윈의 알몸 특히 중요 부위가 화상 채팅을 통해 노출되는 장면으로 코미디 영화의 폭소 이상을 선사합니다. 제이크에게 세월의 흔적으로 볼품 없어진 자신의 알몸을 보여 주기 부끄러워하는 제인의 모습처럼 그분들의 사랑을 부끄럽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그 연세에 사랑은 주책이며 사랑할 기운도 없는 것이라 속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가슴에는 아직도 누구 못지않은 사랑의 불길이 타올르며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사랑은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니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쉽지 않은 것이 사랑이라는 교훈을 남긴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그분들의 사랑을 이해하고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