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30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다소 지루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전쟁의 포화. 매번 조마조마한 작전의 수행. 성공하면 살고, 실패하면 죽습니다. 매우 단순하고 또한 매우 반복적이지요. 그리고 그 반복적인 삶과 죽음의 시간 안에는, 신경질적인 안도감과 무시무시한 불안감이 교차합니다. <허트 로커>는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전쟁 영화들이 앞다투어 다루었던 '전쟁의 참혹함'이나 '전우애', '대의와 명분' 혹은 '애국심'이라는 주제에 국한된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전쟁이 군인,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헐리우드적 리포트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영화이죠. 변덕스러운 대중이 요구로 하는 흥미나 감동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봐도 좋을 이 영화가 평단의 만장일치의 호평과 아카데미의 몰표를 받을 수 있던 것은 아마도 이 점에 기인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