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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고 스트레이트하게, 무엇보다 지극히 유물론적인 태도로 이라크전의 본질에 접근한다.
이보다 군더더기 없는 전쟁 영화를 일찌기 본 적 없다.
그 어떤 계몽적인 요소도 이 영화에선 찾기 어렵다.
애국주의든, 반전 메시지든, 뭐든 간에.
하지만 그 어떤 전쟁 영화보다도 전쟁의 본질을 잘 묘파해 낸다.
전쟁에 대한 이 영화의 태도는 'war is drug' 이란 한 마디로 싹 정리된다.
자, 전쟁이라는 '상황'이 주어졌다.
도의적으로 옳든 그르든 어쨌든 상황이 닥친 거다.
가공할만한 테러의 위협 속에서 주인공, 제임스가 느끼는 건, 공포도 두려움도 아니다.
바로 오르가즘이다.
그렇게 제임스는 (혹은, 인류는) 전쟁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간다.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극사실주의적인 톤을 유지하는데, 전쟁에 대해 가타부타 논하고 앉아 있을 만큼, 현장이 한가롭지 않다는 걸 강변이라도 하듯, 숨 쉴 틈 한번 안 주고, 관객들을 전쟁의 한 가운데로 막 밀어넣는다.
그 때문인지 영화를 보고나면, 진짜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진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여자 감독(캐서린 비글로우)의 손에서 이처럼 쿨하고 파워풀한 마초 영화가 탄생했다는 사실.
물론 '포인트 브레이크(한국 제목이 '폭풍 속으로'던가?)나 '스트레인지 데이즈'같은 전작들에서 진작에 그녀의 색깔이 파악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여자 마이클 만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최근 10년 간 본 전쟁영화 중 단연 최고.
정식 개봉하면 또 봐야겠다.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마찬가지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아바타'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됐는데, 재밌는 건, 이 영화의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가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전처라는 사실.
카메론이 '사라 코너' 린다 헤밀턴과 바람이 나는 바람에, 이혼을 하게 됐다지 아마?
암튼,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여러모로 기대된다.
솔직히, 아바타는 기술 부문 상만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흥행기록상이나(그런 게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뭐, 대종상은 그런 거 있더만. 완전 어이없음.).
허트로커가 싹쓸이 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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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 로커(2008, The Hurt Locker)
배급사 : (주)까멜리아이엔티
수입사 : (주)풍경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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