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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에이지' 신나는 빙하시대 세 동물과 아기바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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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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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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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9 오후 11:1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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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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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년 전 빙하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무표정한 송곳니 다람쥐 스크랫의 유일한 낙은 땅에 도토리 넣기다.
드디어 얼음에 도토리를 넣는 순간, 쩍쩍 땅이 갈라지며 눈사태라도 나듯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2만년 전 빙하시대는 그렇게 시작했다.
폭스의 새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에 따르면 말이다.
아무도 살아보지도 않았고, 자료에도 남아있지 않는 당시의 세상을 최첨단 CG 기술로 복원시킨 3D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 '아이스 에이지'가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아이스 에이지'의 기둥 줄거리는 2만년 전 빙하시대를 지배하던 동물과 인간의 생존경쟁과 우정. 훈훈한 휴먼드라마는 빙하의 붕괴, 용암 분출, 남극 바닷물의 출렁거림 등 장엄한 스펙터클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이 영화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액션, 유머, 모험 등에 감동을 보탰고, 동물과 인간을 이야기 전개의 두 축으로 설정해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람과 동물이 서로 경쟁하며 세상을 지배하던 수만년 전의 빙하기.
인간을 증오하는 호랑이 디에고는 두목의 명령을 받고 복수의 제물로 로산을 공격한다.
디에고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로산의 어머니는 근처를 지나가던 맘모스 맨프레드와 나무늘보 시드에게 로산을 맡긴다.
아기를 인간에게 되돌려주기로 결심하는 맨프레드와 시드.
여기에 로산을 죽이려는 음흉한 의도를 가진 디에고가 합류하면서 이들 앞에 빙하기 시대의 엄청난 모험이 펼쳐진다.
듬직한 염세주의자 맨프레드, 능청스러운 말썽꾸러기 시드, 스파이지만 용맹스러운 디에고.
계속되는 모험 속에 각각 독특한 개성을 가진 셋은 점점 가까워지고 디에고는 임무와 우정 사이에서 고민한다.
빙하기를 배경으로 머나먼 북쪽을 향한 세 동물의 모험담을 그린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미덕이다.
가벼운 유머는 드림웍스의 '슈렉'보다 유쾌하고 3D의 컴퓨터 그래픽 화면은 디즈니의 '몬스터 주식회사'보다 더 사실적이다.
하지만 '아이스 에이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친근한 캐릭터와 잘 짜여진 스토리.
로드 무비의 형식을 띠는 이 영화에서 각각 다른 개성의 동물들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어울린다.
무뚝뚝하지만 감성적인 성격의 맘모스 맨프레드는 떼로 몰려다니는 다른 맘모스와는 달리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맨프레드로부터 따뜻함을 이끌어내는 것은 바로 시드.
장난꾸러기 시드는 끊임없이 말썽을 부리면서도 특유의 수다스러움과 익살스러움으로 맨프레드의 좋은 마음씨를 발견해낸다.
다른 의도를 가지고 무리에 합류한 디에고도 시드의 친화력과 맨프레드의 따뜻함으로 변화한다.
영화 속에서 왜 동물들은 자신들을 사냥하는 인간의 아이 로산을 도울까?
그것은 이들의 공통된 결함 때문이다.
이들 세 동물을 무리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등으로 외로운 존재다.
디에고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친구가 없고 시드의 동료들은 시드를 버리고 떠났다.
인간에게 공격당해 가족을 잃은 맨프레드는 아예 친구라는 단어를 부인한다.
그는 "친구 소린 빼. '우리'라는 건 없다"고 말한다.
즉 이들 문제 동물들은 엄마를 잃고 외톨이가 된 로산에게 동병 상련을 느끼는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모난 세 동물에게 아이의 부모 역할을 맡기면서 가족과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그려냈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짐승들이 한데 어울린다는 상황 설정이 작품의 묘미이다.
"한 무리가 되었을 때는 서로 도와야지" 라는 맨프레드의 말이 엉뚱한 이 괴짜 가족을 잇는 고리다.
그런데 이들이 한 가족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먹을 것도 제대로 없어 멜론 하나, 꽃 한 송이를 두고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빙하시대에 말이다.
동물들의 특징을 과장되고 코믹하게 잡아놓은 캐릭터들은 눈에 쏙 들어온다.
처음과 끝 장면을 유쾌하게 장식하는 송곳니 다람쥐 스크랫부터 시드를 괴롭히는 코뿔소까지 개성이 넘친다.
적절하게 복선과 스펙터클한 장면을 깔아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몰입시키는 힘도 대단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주인공이 아기를 두고 쩔쩔매는 모습은 영화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를 연상시킨다.
어린이를 돌려준다는 설정도 '몬스터 주식회사'를 닮았다.
그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는 친숙한 대신, 신선하지는 않다.
약간의 암시는 있지만 맨프레드의 외로움이 어디서 왔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눈에 로산을 가엾이 여기고 인간에게 돌려주자고 나서는 시드는, 모습만 동물일 뿐이지 하는 행동은 지나치게 인간같아 보인다.
애니메이션의 풍자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아이스 에이지'는 분명 낮은 연령대의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티내지 않으면서도 일행을 챙기는 맨프레드는 아버지처럼 푸근하며 인상적이다.
여기에 수다스런 시드와 서서히 착한 마음을 찾아가는 디에고까지, 이 삼총사의 유쾌한 여행기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따뜻한 가족영화로 손색이 없다.
낯선 선사시대의 동물들을 애니메이션의 친근감 있는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눈에 띄는 점.
불을 펴놓고 잠드는 장면의 따뜻한 색감에선 머나먼 선사시대의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와 '슈렉'이 동적이라면 '아이스 에이지'는 다소 정적인 느낌이다.
관객은 다람쥐와 쥐를 섞어놓은 듯한 '스크랫'에 매료될 듯하다.
스크랫은 잊을만 하면 다시 등장해 익살로 웃음을 주는 피에로 역할을 한다.
스크랫의 존재는 또 '아이스 에이지'의 상상력과 기술력을 상징한다.
스크랫이 도토리를 빙판에 톡톡 박다 생긴 작은 균열이 점점 커지면서 거대한 빙산이 붕괴되는 장면은 압권이다.
동물들은 꼭 살아 있는 것 같다.
털투성이 캐릭터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 테크놀로지는 이 영화에서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
3D로 그려진 털복숭이 캐릭터들의 털이 빛에 반사되는 것까지 세밀하게 표현했다.
털투성이 동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100% 디지털 3D라는 테크놀로지이지만 이들에게 당장에라도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생명력을 주는 것은 풍부한 상상력과 캐릭터의 친근함이다.
'조의 아파트'와 '에일리언4'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담당했으며 영화의 제작사인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창립자이기도 한 크리스 웨지 감독은 사실감 있는 캐릭터뿐 아니라 남극의 바닷물, 부서지는 빙하 등 장대한 화면의 스펙터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등장인물 중 사람은 대사가 없고 동물들만 말을 하는 것도 특이한 점.
사람이 동물 같고 동물이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쉬운 것은 음악의 결여다. 영화전체에 거의 음악이 없고 조금 수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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