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본 영화, 이미 모 영화 매거진의 게시판에는 두 알바진영의 쌍말을 동원한 설전이 오가고 있으니 평론가들 마저도 의견을 달리하는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싸인이다.
귀신으로 시작해서 슈퍼히어로를 거쳐 드디어 외계인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샤말란이 과연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새로운 식스센스를 원했거나 파워풀하게 업그레이드된 인디펜던스 데이를 상상했던 관객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본 영화는 그런것과는 거리가 먼 또 다른 샤말란의 이야기이다.
자 여기까지 하고 본 영화 아직 안보신 분들은 그만 Backspace 키를 누르시길 바란다. 필자는 입이 싸서 결말을 숨기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자신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최대한 신경을 쓰겠지만 그래도 백지상태 에서 영화를 즐기고픈 분들은 이쯤에서 다른 좋은 글들 찾아보시길.
말 들으세염. ----------------------------------------------------------------
솔직히 필자는 새로운 식스센스를 기대하고 있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으리라. 하지만 본 영화, 조금 다르다, 아니 다르면서 비슷하다고 도 할수 있겠다. 여기서 잠깐. 샤말란식 반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겠다. 한때 '뒤집기 영화' 의 붐을 조성했던 전설의 무비 브라이언 싱어의 유주얼 서스펙트는 '한방' 에 의해서 지금까지 관객이 봐왔던 모든것이 '뒤집어져버리는' 작품이었다. 아, 스크린 앞에서 얼마나 눈뜨고 쓰리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던가. 반면 '뒤집기 영화'의 도를 이룬 '식스센스'의 반전은 조금 다르다. 우리의 브루스가 사실 귀신이었다는 사실이 그때까지 봐왔던 내용들을 뒤집어 엎는게 아니라 모든 것을 '재해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사소한 대화나 행동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신비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마치 칠처논으로 영화 두편을 때려버린것 같은 심적인 포만감을 가지게 된다.
샤말란의 첫번째 영화 식스센스에서 우리는 이 샤말란식 반전의 진수를 맛보았지만 그 충격이 워낙 후레쉬 했기 때문에 극도의 포만감에서 그 샤말란식 뒤집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그의 두번째 영화 언브레이커블을 만나게 되고, 여기서 '씨발놈' 이라는 막말을 무릅쓸 정도로 실망하게 된다. 돈 주고 속아주러 갔더니 속기는 커녕 애들영화만 보여주다가 누구나 예상할수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 짓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샤말란은 관객을 '속이는' 영화가 아니라 '되새기는'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그의 세번째 작품인 '싸인' 은 결코 첫번째 영화가 되었어야 했다. 샤말란식 이야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싸인은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아마 이번에도 많은 논란에 휩싸일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사실 이 영화에서 외계인의 존재는 단지 들러리,소재 에 불과하다. 외계인이라는 존재는 단지 주인공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믿음을 되찾는데 단서를 제공할 뿐이다.
믿음을 잃은 신부 멜깁슨이 외계인의 지구 침략과 가족에 대한 위협앞에서 다시한번 신의 존재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끼는 공간인 지하실은 샤말란 이 히치콕의 적자라는 확인사살과 같다. 순간순간 다가오는 위험과 섬찟함을 관객에게 동일시하게 느끼게 하는 솜씨는 히치콕의 그것이다.
지하실에서 외계인을 못들어오게 막으면서 분투하는 모습은 기억너머의 두가지 작품을 상기시키는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 '패닉룸' 이다. 천식에 걸려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는 패닉룸의 남성버전이고 지하실에서 외부의 습격에 자신들을 방어하며 극도의 공포에 휘달리는 모습은 살아있는...의 샤말란 버전이라 할만하다. 단지 이들은 지하실에서 서로 반목하는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한다는 것이 다르다.
결말에 이르러 이 영화의 가장 유일하고 화끈한 스펙타클 씬인 방망이 장면 이 연출된다. 순간 인디펜던스 데이를 꿈꾸고 이 영화를 보았을 관객들에 대한 극도의 측은지심이 발동되더라. 어쩔것이냐? 인간만사 새옹지마인것을.
그리고 드디어 쏟아지는 샤말란의 뒤집기 한판. 앞서말했던 바와 같이 영화전반에 대한 새롭고 또다른 '이해'를 주는 반전장치이다. 이 순간 멜깁슨의 눈빛연기에 아카데미 한표를 던진다.
이로서 이 영화는 한편의 완벽한 미션무비로 탈바꿈한다. 내가 교회에서 일요일에 틀어주는 영화를 본것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신에 대한 믿음을 충만하게 해주는 교인들 입장에서 착한 영화이다. 분명해지는것 이 영화는 외계인에 대한 액션스릴러가 아니라 한 인간의 믿음과 공동체의 신뢰 회복 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실제 외계인 출연장면 많지도 않고 중요치도 않으며 이렇다 할 액션장면도 방망이 스펙타클이 전부다)
마무리 짓자. 이제는 슈퍼스타가 되어버린 인도의 한 감독이 세번째 영화를 가지고 우리를 찾아왔다.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감지하느냐 못하냐는 ... 그 역시 믿음에 대한 문제이리라. 아, 이리도 간편할줄이야. 그 믿음에 기대면 무엇이든 정당화되고 합리화되더라. (그래서 종교가 싫다) 어쨌든 믿음에 대한 이 따뜻한 영화 한편에 본인은 기립박수를 보내는 바이며, 누가 뭐래도 이 인도 감독이 이 시대를 이끄는 패러다임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잠시나마 따뜻한 마음을 가질수 있게 도와주니 말이다. 잠시나마 '착한 사람'이 될수 있으니 말이다.
사족 하나: 샤말란이 출연한다고 해서 단역일줄 알았더니 그래도 상당히 비중있는 인물이더라. 사족 둘: 분명 그레함 신부는 목사가 아니라 신부이다.(고해성사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결혼을 했을까. 알수없는 일이다. 아마도 필자의 무지에서 비롯된 딴지일수 있겠다. 미국의 어떤주는 신부가 결혼도 가능할수 있겠지. 아니면 최근 기독교회에서도 고해성사 항목을 추가했던지. 사족 셋: 알바끼리 싸우는 거 보는것도 이젠 짜증나네염. 거 얼마씩 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