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14년밖에 안된 채 맞이한 죽음. 이제 막 사랑이라는 달콤함에 취해 첫 키스의 두근거림을 기다리던 순간 그녀는 그렇게 세상과 이별해야 했고 그녀를 사랑한 가족의 곁을 떠나야 했습니다.
65주간 베스트 셀러를 기록한 동명의 원작을 <반지의 제왕>시리즈로 환타지의 차원을 높인 피터잭슨과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매 작품마다 감동을 선사하는 스필버그가 새롭게 창조해 낸 <러블리 본즈>. 때로는 스릴러의 모습으로 긴장감 넘치게 몰아쳐 숨쉬는 것조차 잊게 만들다가 사랑의 힘으로 상처를 이겨내는 가족의 모습에선 드라마틱한 감동으로 눈시울을 붉게 하더니 수지(시얼샤 로넌)가 살해당한 뒤의 세상은 <반지의 제왕> 특수효과팀이 새롭게 만들어 낸 환타지의 영상과 비주얼로 실제 풍경인지 가공으로 만든 장면인지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들며 관객들의 시선을 한순간도 돌릴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초반부부터 중요한 단서와 의미가 있는 설정, 가령 사진 찍기를 좋아한 수지의 필름이나 부모를 찍으려다 함께 찍었던 범인과 꽃이 담긴 사진, 근처 페기물 처리 구덩이 등은 영화 후반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극적인 재미를 더해 줍니다. 그리고 수지가 머무는 중간 세상에의 모습은 현실과 연계되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며 앞으로 다가 올 미래를 은연중에 암시하기도 하지요. 또 수지가 위험해 처한 긴박한 순간에 그녀의 가족이 행복한 저녁을 먹는 장면과 교차 진행되는 편집으로 처절함을 극대화 시키고 하비가 새로운 희생양을 위해 뭔가를 꾸밀 때 행복한 영상을 함께 섞어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고도의 연출력을 선보입니다. 그 중 압권은 수지의 동생이 하비의 또 다른 희생양으로 노리는 와중에 그의 집에 들어가 범인임을 밝히다 벌어지는 추격장면으로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이 몰입하다 비명을 지를 뻔한 바로 그 장면...
이런 감독의 연출을 살려 내는 이면에는 아카데미와 인연이 깊은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가 큰 몫을 합니다. 2006년 <디파티드>에서 보스턴 형사로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마크 왈버그 , 열혈 인권운동가로 열연한 <콘스탄틴 가드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레이첼 와이즈, <데드맨 워킹>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수잔 서랜든, <어톤먼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시얼샤 로넌, <컨스피러시>로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스탠리 투치가 의치와 가발을 통해 살인마로 완벽한 변신에 힘입어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서 강력한 수상 후로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배우들의 열연과 연기 대결은 또 하나의 볼거리임에 틀림없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인다해도 더욱 강한 쾌감을 느끼기위해 더욱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하비의 행태가 하나하나 밝혀지는 순간은 딸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선 너무도 경악과 충격적으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끌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잭(마크 왈버그)과 에비게일(레이첼 와이즈)의 상처받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공감 이상의 감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런 개인적인 감정이 지나쳐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보다 하비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만을 쫒으며 몰입하다보니 그의 마지막 결말은 저지른 행태에 비해 조금 약한 처벌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더군요. 딸을 키우는 아빠로...정말 딸 키우기 무서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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