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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것을 버리지 않는다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위대한 침묵
ldk209 2010-02-18 오후 4:58:13 1096   [6]
너의 모든 것을 버리지 않는다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영화 관람이라는 게 어차피 즐기기 위한 문화 향유의 한 갈레일 텐데 졸음을 참아가며, 일종의 수행을 하면서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 이 영화는 관람 자체가 수행에 가까운 고행이다. 거의 세 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마치 무성 영화를 보는 듯, 대사도 없고 해설도 없으며 더군다나 음악도 없다. 영화는 가끔 자신(!)이 강조해야 할 부분을 검은 바탕에 하얀 글씨의 자막으로 보여줄 뿐이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책도 만화책부터 전공서적까지 다양한 책이 있고, 고루 읽는 게 제일 좋은 것처럼, 영화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날 <위대한 침묵>을 본 후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을 봤으니 나로선 거의 극단의 선택을 한 셈이다.

 

사실 처음부터 내 목표는 그저 끝까지 잠들지 않고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왜 그런 목표를 세웠냐면 먼저 봤던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얘기 때문이었다. 영화 상영 1시간이 넘어갈 즈음 30% 정도가, 2시간이 넘어가면 거의 2/3 정도가 잠들어 있더라는 얘기들이 무수히 들려왔다. 심지어 영화 본편이 시작되기 직전 화면엔 영화 수입사 진진의 이름으로 일종의 경고문이 자막으로 깔린다. 대충 기억해보자면 “30분만 집중해서 보시면 침묵이 의미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집중해서 보면 30분을 넘기기 힘들다는 소리 아닌가? 결론적으로 어쨌거나 나는 무수한 잠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꼭 이렇게까지 영화를 봐야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 영화일수록 극장이 아니라면 절대 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면 집에서 DVD나 파일로 봤다면 쉽게 포기하고 잠 속으로 빠져 들 것이기 때문이다.

 

알프스 산맥에 있다는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가톨릭교회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규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 한다. 이곳에 입회하는 수도사 중 80%는 중도에 포기하고, 남은 20% 중에서도 퇴출 명령을 받고 떠나는 이들이 생기는 곳이라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설명되어 있듯이 <위대한 침묵>의 감독 필립 그로닝은 1984년 수도회 측에 촬영 허가를 요청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은 후 무려 16년 만에 준비가 되었다는 수도회를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여러 가지 조건이 붙어 있었다. 필립 그로닝 혼자 촬영할 것, 자연 조명으로만 촬영할 것, 음악 및 해설은 삽입하지 말 것 등.

 

<위대한 침묵>은 앞서도 얘기했듯이 어떠한 설명도 인터뷰도 음악도 없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의 초반 두 명의 신입 수도사가 들어오는 장면을 보면서 혹시 영화가 새로 들어온 수도사의 적응기라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했는데, <위대한 침묵>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도원의 일상만을 담담히 담고 있다. 그러니깐 신입 수도사를 맞는 장면도 일상의 하나일 뿐인 것이다. 새로 들어온 수도사에게 아마도 이 수도원의 원장인 듯한 수도사는 묻는다. “우리의 수도생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영화의 처음에 던져지는 이러한 물음은 어쩌면 영화를 보러 들어온 관객에게 던지는 물음인 듯하다. “이 영화를 볼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물론 도저히 힘들다면 중간에 떠날 자유는 있다. 실제로 몇 명의 관객이 도중에 자리를 떴다.

 

영화는 수도원의 겨울에서 시작해 봄,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당연하게도 이는 수도원의 연속되는 흐름의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며 영화가 끝난 뒤로도 그곳에 신을 향한, 신의 제자가 되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고난한 수행, 침묵이 계속될 것이다. 화면은 수도원의 원경을 보여주다, 그들의 소박한 침실, 기도하는 모습, 식당, 이발소, 종치는 모습 등을 무거운 침묵 속에서 담아낸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산책과 젊은 수도사들의 즐거운 눈썰매 타기는 이들에게도 말할 수 있는 입이란 게 있구나란 새삼스러운 사실을 잠시 일깨워줄 뿐이다.

 

이들의 침묵을 통해 무엇을 느끼는지는 각자가 처한 입장이나 생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영화는 기억하라는 듯 동일한 문구를 몇 차례 계속해서 자막으로 강조한다. 이 중에서 가장 자주, 많이 반복되는 문구는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라는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것보다 힘들다”라는 성경 속 예수의 말과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난 비록 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절대자인 신을 믿고 특히 신의 말씀을 전하는 종교인이라면 일반 신도에 비해 가급적 여러 면에서 불편하고 통제되는, 즉 수행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면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 자체가 말처럼 그다지 쉬운 게 아니며, 특히 신의 존재를 증거하고 전할 종교인은 더욱 그러할 것이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종교인을 통해 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다가설 것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것보다 힘들다”라는 말은 사실상 부자는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어떤 스님은 “집착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역시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소유를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집착 또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 기독교, 특히 개신교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교회가 몰려있다는 한국, 알고 보면 신도들의 헌금으로 축적한 부(이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로 강남의 호화 아파트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목사들, 한 대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등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돌아다닌다는 강남의 목사들, 그러한 재산(!)을 아들에게 대를 이어 물려주는 끔찍한 가족 사랑을 보여주시는 목사들, 일요일만 되면 온통 불법주차로 도로를 마비시켜 놓으면서도 이를 단속할라 치면 종교탄압이라 몰아붙이는 교회 등등등. 물론 이런 얘기들이 나오면 많은 기독교 신자들은 이런 사람들은 소수라고 얘기를 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설마 다수의 목사님들이 그러겠는가? 문제는 그런 소수의 목사들이 대부분 초대형 교회 목사로서 기독교단 내의 여론을 움직이고 흔든다는 것이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종교인도 세금을 내자는 움직임이 제동이 걸리는 이유도 바로 목사들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하나 얘기하자면 한국의 가장 천박한 자본주의 상징 중 하나인 재개발 과정을 보면, 거의 대부분 교회가 깊숙이 개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재개발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반대자들을 앞장서서 설득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재개발은 나름 재산이 있는 많은 인구가 한 지역에 몰려 살게 됨을 의미하고 이는 교회가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개발 지역에 마련된 종교부지는 엄청난 웃돈이 붙은 상태로 뒷거래된다고 한다. 현재 많은 한국 교회가 가난한 곳을 찾아가기는커녕 가난한 자를 내쫓은 그 자리에서 호위 호식하는 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자신의 소유에 대한 집착 문제도 그렇거니와 영화의 제목과 직접적으로 결부지어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한국 기독교에 가장 불만이 큰 건 ‘너무 말이 많다’는 것이다. ‘기독교 국가는 부유하고, 불교 국가는 가난하다’는 식으로 그 말 자체가 맞는지는 둘째치고라도 종교를 세속적 부의 축적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이런 천박한 인식을 가진 목사가 한국 기독교의 유명한 목사로 군림하고 있는 현실, 거리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 확성기를 틀고 외쳐대는 많은 기독교인들, 전철에서 큰소리로 전도를 하는 기독교인들을 보면, 이건 민폐 수준을 넘어서서 가히 폭력 수준에 가깝다. 신이 존재한다면 설마하니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사람들을 나눠 천국과 지옥에 보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내 주위만 봐도 지옥에 가야 마땅할 기독교인, 천국에 가야 마땅할 비기독교인이 많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위대한 침묵>은 진정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필히 보고 깨우쳐야 할 영화다.

 


(총 0명 참여)
rudtns4253
잘보고가요~   
2010-08-15 22:40
dhrtns0616
잘보고가요~   
2010-08-15 22:00
pecker119
잘 봤어요.   
2010-05-26 10:15
mokok
기독교인들이 봐야할....   
2010-03-19 10:43
jhee65
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2010-02-27 17:10
smc1220
감사   
2010-02-27 10:35
hsgj
잘 읽었습니다   
2010-02-19 19:10
snc1228y
감사   
2010-02-19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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