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의 여유.... ★★★
오랜 연인 베로나(마야 루돌프)와 버트(존 크랜신스키)는 출산 준비를 위해 버트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온다. 그런데 부모님은 유럽으로 떠나 2년간 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이에 베로나와 버트는 자신들이 정착할 곳을 찾아 차례대로 방문해보기로 한다. 미국의 여러 지역들, 그리고 캐나다의 몬트리올을 찾아 떠나는 이들의 여정을 그린 <어웨이 위 고>는 일종의 로드 무비이자, 성장 영화이며,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밀도 높음을 기억하고 있다면 <어웨이 위 고>의 가벼움과 느슨함에 뜨악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두 영화는 거울에 비친 반영 같기도 하다. 두 영화 모두 다른 곳을 꿈꾸는 건 동일하지만, 끝내 떠나지 못하는 주인공들이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장식했다면, <어웨이 위 고>의 주인공들은 쉽게 떠난다. 마치 해수욕장에 앉아 있다가 모래를 툭툭 털고 일어나듯 버트와 베로나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이들은 마치 히피처럼 보이기도 하고, 집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버트와 베로나가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 그 자체다.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듯하면서도 그저 가족이란 틀을 유지해 나가는 부부, 모든 게 행복해보이지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부부, 특히 매기 질렌홀이 연기하는 부부의 모습은 정말 기절초풍할 정도의 재미를 안겨다 주기도 한다. 물론 여정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은 이들 부부가 성장해 가는 초석을 마련해 주며, 가족의 의미,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단순하게 모여 있는 건 가족, 가정이 아니다. 헌신, 인내, 성실함,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시럽이 얹혀야만 그것이 진정한 가족이다’
또 하나 음악을 빼놓고 이 영화를 말할 수 없다. 적절하게 그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음악은 마치 <주노>의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한다. 음악을 품고 영화는 시종일관 자잘한 유머와 함께 적당한 교훈을 담으며 내달린다. 그럼에도 결국 어린 시절, 자신이 자란 집을 찾아간다는 영화의 결론은 너무 평이하면서도 전형적이고, 무성의해 보일 정도다. 나름 아름답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영화의 결론을 보고나서 내 머릿속에 좀 삐딱한 생각이 떠올랐다. 난 정착하지 못하고 쉽게 떠날 줄 아는 버트와 베로나의 행동 양식이 미성숙하다기보다는 삶의 자유를 만끽하고픈 일종의 자유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이유가 언제든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의 여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이런 내 생각은 땅투기가 최고의 치부 수단으로 활용되는 한국적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이렇듯 환경은 그 사람의 사고체계까지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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