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쉬 액션', '감각적 영상', '완벽한 액션과 스릴, 스팩터클', '최고의 캐스팅' 등 온갖 미사 여구를 동원하여 자화 자찬의 홍보문구가 인상적인 영화인 <울프맨>. 이런 미사여구의 현혹에 내공이 쌓여 이제는 절반도 기대하지 않고 보고 있지만 역시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진리는 어김없이 적중하는 듯 합니다. 주연인 베네치오 델 토로가 제작까지 참여할 만큼 작품에 열의를 보였고 안소니 홉킨스, 에밀리 블런트, 휴고 위빙이 출연하고 있으니 화려한 출연진이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요. 1941년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하면서 현재 영화의 흐름에 맞도록 재 해석해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는 제작자 델 토로는 CG가 아닌 3시간이 넘는 분장을 통해 늑대 인간으로 변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제작자의 열정에 맞는 시나리오를 위해 엔드루 케빈 워커와 데이비드 셀프가 '어둠속의 악마'를 만들어 냈고 '과연 인간과 짐승의 구분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주제의식도 보입니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고 늑대를 죽이기 위해선 은을 녹여 만든 총알을 사용해야 한다는 익숙한 이야기 속에 형을 죽인 괴수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그 늑대 인간을 막기위한 고군분투가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에 맞게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 넘치고 고어 영화를 방불케하는 잔인한 장면도 서슴치 않은 영상이 상영시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슬픈 운명의 저주를 막기 위해 사랑의 힘을 선택한 이들의 슬프기도 한 선택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까...를 보고 싶지만 왠지 이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로 넘쳐납니다.
<아바타>를 통해 CG의 기술력을 본 우리들에게 <울프맨>에서 늑대로 변하는 모습은 TV 시리즈 주인공인 헐크의 변신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화려한 캐스팅이라 강조한 배우 중 로렌조(베네치로 델 토로)와 슬픈 운명적 사랑을 나눠야 할 그웬(에밀리 블런트)의 이미지는 왠지 맞지 않아 애절한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로렌조가 불의에 습격을 받아 늑대 인간으로 변한 뒤 의문에 살인마 늑대 인간과의 혈투는 누가 그 실체인지를 알게 된 뒤부터 대결의 박진감이 떨어져 화면상에 대결이 말이 안된다는 판단을 지울 수 없습니다 (늑대로 변하면 나이도 잊게 되는지...). 경감의 경고에도 기껏 로렌조의 저주를 끝낸다던 그웬은 중요한 상황에서 도망가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경감도 위기 상황에서 홀로 뛰어들어 상처를 입고 설마 <울프맨 2>를 찍으려는 것인가라는 믿지 못할 물음을 던지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고의 압권은 로렌조 가족의 운명을 뒤바꾼 늑대 인간의 저주를 전한 원조의 실체입니다. 인도의 깊숙한 산골에서 '미친 늑대병'을 선물한 기괴한 원조는 다름아닌 '골룸'이었네요. 순간적으로 지나가긴 했지만 제가 본 그 모습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인기 캐릭터(?)인 골룸이 분명했습니다. 늑대 인간과 전혀 닮은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원조의 모습은 늑대 인간의 분장이 필요없는 얼굴인 베네치오 델 토로와 비교해 볼 때 영화 전체의 재미를 반감시킨 형상으로 그때부터는 뭘 봤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1994년 잭 니콜슨의 늑대로 변신이 뇌리에 떠 오르는 것은 어쩌면 15년 이상이 지난 뒤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그것만 못하다는 의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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