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만화와 움직이는 실사를 본다는 것의 차이...★★
2008년 9월 <20세기 소년>이 개봉할 때를 떠올려 보면, 그 2편인 <20세기 소년 : 제2장 최후의 희망>의 개봉 풍경은 의아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1편을 개봉할 당시, 서태지의 뮤직 비디오, TV 및 각종 영화 관련 잡지, 영화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시끌벅적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불과 일 년 만에 그 뜨거웠던 열기가 온데간데없이 사그라지다니. 거기에 일본과 동시 개봉했던 1편과 달리 2편은 일본 개봉 한참 후에야 개봉이 확정되었다.
이렇게 조용하게 넘어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일편의 처참한 흥행 실패다. 아마 영화 수입사라든가 마케팅 쪽은 대단한 오해를 했음에 분명하다. 그건 한국에 <20세기 소년>의 열렬한 팬덤이 존재하고, 충성심 강한 오타쿠로 객석이 가득 찰 것이라는 판단이다. 불행하게도 <20세기 소년>은 <에반게리온>이 아니었다. 일본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투입한 거대 블록버스터 영화, 일본의 엄청난 흥행이라는 떡밥도 한국에선 먼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거기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일본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더 중요하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건 당연하게도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문제다. 감독인 츠츠미 유키히토는 스스로 <20세기 소년>의 열렬 오타쿠임을 과시한 바 있으며, 영화를 얼마나 원작과 동일하게 카피하느냐가 자신의 의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 바 있다. 따라서 그런 감독의 의도에서 보자면 영화의 완성도는 딱히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열렬 오타쿠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문제는 정지된 만화 컷을 보는 것과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츠츠미 유키히토 감독의 연출 방식대로 어떤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고 해도 보는 관객에 따라서는 반응이 완전히 상반되게 나타날 수 있다. 왜냐면 아무리 똑같이 카피해서 만든다 해도 활자를 읽으면서 각자 머릿속에 떠올리는 상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 소년>은 원작 만화의 한 컷, 한 컷을 그대로 따와 극장 스크린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극단적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거기엔 정지된 만화 컷이 움직이는 실사 영화로 변환될 때의 상상력이나 영화적 연출이 완전 거세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원작 <20세기 소년>은 상당히 유치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만화로 볼 때는 그런 유치함이 어느 정도는 상쇄되어 전달된다. 그러나 실사 영화로는 보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유치함이 증폭된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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