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만, 케이트 허드슨, 마리온 꼬띨라르, 페넬로페 크루즈, 소피아 로렌, 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리고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홍일점 퍼기까지, 사실 퍼기와 이젠 전설에 들어선 소피아 로렌을 제외하면 모두가 단독으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할 정도로 연기력과 인기를 가지고 있는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다. 영화 "나인"은 이런 배우들이 하나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이런 화려한 캐스팅을 볼 수 있을까?
그런데 영화는 그런 기대감을 완전히 배반한다. 너무 실망이 커서 혼잣말로 "된장"이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극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그런 실망감이 컸는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 웅성거리며 "뭐야"라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 사람들의 그런 반응이 워낙 화려한 캐스팅에 전작 "시카고"로 유명한 롭 마샬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실망이 큰 것인지 아니면, 기대감을 떠나서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인지는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 이 영화를 평가한다면 기대감이 커서 실망감이 큰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에 완성도가 자체가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영화의 완성도를 이야기하자면 원작 뮤지컬을 보고 이야기해야 더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겠지만, 원작 뮤지컬을 본적이 없어서 원작과 영화와의 비교는 불가능하다. 여기서는 그냥 영화의 느낌을 중심으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우선 뮤지컬 영화라 하면 음악과 화려한 율동이 동반한다. 일반 영화와는 다르게 음악과 그런 율동이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음악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영화의 예고편으로 많이 쓰였던, 케이트 허드슨의 "Cinema Italiano"만이 눈과 귀를 즐겁게 자극할 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완성도가 낮은 몇 몇 헐리우드 블록 버스터 영화들의 예고편이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처럼, 이 영화의 액기스는 케이트 허드슨의 나오는 예고편 뮤직 비디오만 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영화 평론가는 케이트 허드슨의 가창력을 문제 삼기도 하던데, 나는 음악적 소양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음악보다는 케이트 허드슨과 백댄서들의 화려한 무대에 정신이 팔려버렸는지 몰라도 가창력이 부족한 건지는 모르겠다. 가창력이 부족한 배우보다는 오히려 영화 중에서 소름 끼칠 정도의 매력과 가창력을 뿜는 배우를 발견했다. 퍼기가 연기한 창녀 역할은 다른 배우들의 매력을 뛰어 넘는다. 원래 노래를 잘하는 사람으로 유명했기에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에 머쓱하게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에서 퍼기가 연기한 배역이 영화 속에서 가장 개성 있는 캐릭터이자,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낼 정도로 강한 색깔을 내뿜는다.
그로테스크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괴기스러운 메이크 업과 무대 그리고 안무가 퍼기의 소름끼치는 가창력이 결합한 음악과 어울러지면서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에 어린 "귀도 콘티니"가 두려움에 떠는 것과 같은 느낌을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전달한다. 영화 전체적으로 봐도, 다른 연기력이 뛰어난 예쁜 배우들 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연기에 초짜나 다름 없는 퍼기의 연기가 이렇게 매력적인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배우들의 매력이 영화에서 충분히 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크게 작용하는 느낌이다. 영화의 초반부에 페넬로페 크루즈와 마리온 꼬띨라르가 각자의 매력으로 귀도 콘티니(다니엘 데이루이스)를 어필을 하지만, 긴박한 긴장감을 형성하지 못한 채, 그냥 갈등으로 흘러가 버린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많은 여배우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영화의 긴장감이나 갈등을 유발하거나 강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대부분 그냥 흘러가는 것처럼 등장해버리니, 각각의 배우들의 개성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영화가 너무 지루하다는 인상을 남겨버린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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