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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를 켜라' 대한남아여! 단 한번 열정을 불살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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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를 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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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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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1 오전 1:0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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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를 켜라'는 불합리한 억압.제도에 억눌려 살아온 인간이, 보잘 것 없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되찾기 위해 떨치고 일어선 통쾌한 '역전극'이다.
'라이터를 켜라'는 백수 를 보는 마냥 호락호락하게 볼 일은 아니다.
깡패를 동원하는 타락한 정치인, 그 정치인에 빌붙어 사는 삼류깡패, 그리고 선량 하지만 가장 '천민'인 백수(혹은 서민)가 최소한의 그것마저도 이들에게 유린당했 을 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그리고 있다.
부모님께 구박받고 친구들에게 놀림당하는 서른살의 어리버리한 백수 허봉구(김승우).
예비군 훈련을 받은 어느날, 하는 일마다 꼬이던 봉구는 주머니속에 달랑 300원만 남아있는 것을 발견한다.
차비도 안되는 300원을 가지고 집에도 못가고 예비군 훈련장 주변을 서성거리던 봉구는 고민끝에 이 돈으로 가스 라이터를 사버린다.
우연히 차를 얻어타고 서울역까지 온 봉구는 라이터를 건달 보스인 양철곤(차승원)에게 뺏기고 라이터를 돌려달랬다가 몰매만 맞는다.
일행을 이끌고 부산행 새마을호 열차를 탄 양철곤은 같은 열차에 탄 국회의원 박용갑(박영규)에게 지난 선거때 도와준 대가를 받아 폼나게 살아보겠다며 꿈에 부푼다.
열차가 서울역을 빠져나가면서 기차를 접수, 박용갑에게 돈을 요구하는 양철곤. 하지만 박용갑은 완강하게 돈주기를 거부하고 그의 요청으로 역마다 경찰병력이 배치된다.
이에 기관실을 점거하는 철곤 일행. 열차는 부산을 향해 논스톱으로 질주한다.
열차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모든 승객들이 떨고만 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난 한 남자만 철곤에게 대항하는데.
바로 "내 라이터 돌려줘~"라 외치는 허봉구.
잃어버리면 그만인 1회용 라이터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해프닝이 폭소를 유발한다.
서울에서 출발, 천안.대전을 거쳐 부산까지 역마다 얘기를 매듭짓고, 또 다시 시작하는 구성도 비교적 야무진 편이다.
'박봉곤 가출사건'(1996) '북경반점'(1999) 등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 "세상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진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는 장항준 감독의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는 얼핏 보면 '어리버리함'을 최대한으로 감추면서 '똑똑한 세상'에 맞서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느끼게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전체 줄거리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예초에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이나 따뜻한 세상은 제껴놓은 것같다.
감독이 가지고 있었다던 따뜻한 시선은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우연이나 계속되는 과장된 상황속에 묻혀버린다.
영화는 '세상'이나 '따뜻함'이 '잘 표현되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계속 '웃겨 보자'로 나가는 것 같다.
'라이터를 켜라'는 박정우 작가의 영화라고도 할수있겠다.
이 영화로 데뷔한 장항준 감독에겐 좀 외람된 말이지만 그만큼 작가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가 시나리오를 써서 히트한 대표작으론 '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을 들 수 있다.
주로 남성의 폭력 세계를 다루면서도 중간중간 맛깔나는 유머로 작품 전체를 경쾌하게 끌어가는 코미디적 재능이 탁월하다.
또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정치권으로 대표되는 기성 사회를 꼬집는 풍자가 수준급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마구잡이 격투 신도 난잡해 보이지 않는다.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라이터를 켜라'는 지난해 4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히트한 '신라의 달밤'을 충실하게 복제한 작품으로 보인다.
물론 두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
일단 영화의 무대가 경주에서 새마을호 열차로 바뀌었다.
하지만 두 작품은 인물.구성.화면 등에서 닮은꼴처럼 느껴진다.
'라이터를 켜라'는 '신라의 달밤'의 웃음에 속도감을 더했다.
최고 시속 1백40㎞의 서울발 부산행 열차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액션과 코미디를 구현했다.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처럼 속도감 자체를 무기로 내세운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달리는 기차 안에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전투는 긴박하다.
'라이터를 켜라'는 영악한 작품이다.
치고 받는 액션의 홍수 속에 군기가 빠져 보이는 예비군 훈련장, 왁자지껄한 호프집의 동창회 풍경을 삽입해 호흡을 조절하고, 박용갑.떠벌남을 통해 위선.모순이 가득한 한국 사회를 비꼰다.
또 결정적 순간에 당찬 용기를 발휘해 못난 남자들의 뺨을 때리는 싸가지(김채연)를 양념격으로 등장시켜 여성들의 쾌감을 자극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신선감 면에선 떨어진다.
지난해 이후 극장가를 점령했던 여러 코미디 영화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라이터를 켜라'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모자란 인물들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누구에게든 연민의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가령 공중의 목숨을 위협하는 흉악범 철곤조차 아내의 등쌀과 졸개들의 처량한 눈빛에 내몰린 가련한 존재다.
귀티를 포기하고 어리버리 봉구로 철저하게 망가진 김승우의 연기는 우선 사줄 만하다.
한정된 상황 안에서 벌어지는 코미디로서 기본적인 짜임새는 갖췄지만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봉구가 왜 그렇게 라이터를 찾아서 헤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인간적인 악당'이라는 철곤이 왜 "이번 일만 끝나면 이 생활 청산하고 잘 살아보고 싶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감동을 느끼기 힘들다.
엉성한 스토리는 예비군 훈련장의 모습이나 열차속에서 벌어지는 헤프닝 등 웃음을 줄만한 얘기꺼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봉구를 영웅으로 만들고, 뒤늦게 발견한 돌머리의 쓰임새를 남용하는 마무리는 개운하지 않다.
막판에 "아내를 사랑한다"며 눈물을 흘리는 철곤의 신파조 연기도 개운하지 않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개성있는 조역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미달이 아빠' 박영규와 '주유소 습격사건'의 강성진 같은 비교적 알려진 연기자들 뿐 아니라 '공공의 적'에서 각각 칼잡이와 '산수'역으로 나왔던 유해진과 이문식, '신라의 달밤'의 '경주깡패' 이원종, '아프리카'에서 총을 잃어버리는 경찰관으로 나왔던 성지루 등 숨어있는 조연들의 리얼한 연기가 재미있다.
그러나 조연 각자의 연기는 빛났지만 전체적인 어울림을 위해 좀더 강도 높게 조율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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