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1997년에 개봉한 <타이타닉>으로 전무후무한 흥행성적과 영화상 수상의 영광을 얻은 뒤 무려 12년 간이나 감독의 자리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 사이에 할리우드 대작 영화의 판도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으로 정점을 맞고 있을 무렵 막 떠오르고 있던 마이클 베이 감독은 어느덧 <트랜스포머>라는 신드롬적인 영화를 한 차례 내놓으며 현재 가장 신뢰받는 블록버스터 감독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고, 그 무렵 저예산 영화계에서 활동하던 피터 잭슨은 이후 2000년대에 <반지의 제왕>과 <킹콩> 두 편의 대작으로 명실상부 거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다른 것 따지지 않고 사이즈와 오락성만을 중시하는 롤랜드 에머리히, 스티븐 소머즈 등의 감독들도 등장했고, 이외에 J.J.에이브럼스와 같은 믿음직한 신예 대작 감독들도 꾸준히 등장했다.
그리고 그렇게 강산이 한 번 후딱 바뀔 만한 세월이 지난 뒤, 제임스 카메론은 그리도 공언하던 대망의 차기작 <아바타>를 들고 드디어 감독 자리로 복귀했다. <타이타닉>을 통해 할리우드 대작 영화가 꿈꿀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룬 듯한 그가, 또 무엇을 보여줄 게 있어서 <아바타>라는 사뭇 생뚱맞은 제목의 영화를 4~5년도 아니고 12년 만에 들고 나온 것일까. 그 이유는 곧 <아바타>가 보여주는 결과물 자체다. 제임스 카메론은 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타이타닉>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영화 속 명대사이기도 한 '난 세상의 왕이다!'를 외쳤었다. <아바타>를 보고 깨달은 건데, 그가 세상의 왕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왕이라는 사실은 확실해졌다. 드디어 왕이 귀환했다.
가까운 미래, 지구는 극심한 자원난에 시달리고 결국 시선은 '판도라'라는 외계 행성으로 향한다. '나비'라는 외계 종족이 사는 판도라는 언옵타늄이라는 고가의 자원이 가득한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서, 지구의 거대 자본은 수십 년에 걸쳐 이 행성에 상륙해 자원 획득을 시도한다. 그리고 2154년, 인간의 두뇌를 통해 나비의 육신을 원격 조종하여 판도라에 진입하는 '아바타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퇴역 군인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는 원래 프로젝트 참여 예정이었던 과학자인 쌍둥이 형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그를 대신에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수년 간 이 프로젝트를 지휘해 온 식물학자 그레이스(시고니 위버)는 갑작스럽게 굴러들어온 해병대 군인이 영 맘에 들지 않지만, 놀랍게도 제이크는 아바타 프로젝트에 상당히 빠른 적응력을 보인다. 한편 평화적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과학자들과 달리 말 안듣는 외계인들은 무조건 쓸어버려야 된다는 주의인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은 제이크를 몰래 스카우트해 이중 스파이 노릇을 시킨다. 아무튼 그리하여 판도라 내의 나비족 거주지인 '홈트리'에 진입한 제이크는 그곳에서 자신에게 나비족의 생활을 가르쳐 줄 이로 네이티리(조 샐다나)를 맞이한다. 처음엔 이방인에 대해 배타적 시선을 보내던 그녀지만, 생각보다 빨리 적응해 나가는 제이크의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제이크 역시 처음엔 임무상 찾아온 곳이었지만, 생활하면서 나비족의 심성과 사고방식, 세계관에 동화되어 가기 시작한다. 결국 제이크는 나비족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받아 마땅한 이들임을 깨닫지만, 인간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판도라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제이크는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엄밀히 말해서 이 영화는 100% 실사가 아니다. 판도라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실사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CG의 산물이기 때문에 3D 애니메이션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이것이 애니메이션이라고 인식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그만큼 손에 잡힐 듯 사실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만들어진 캐릭터임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보이는 것부터가 그렇다.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신예 남자 배우인 샘 워딩턴은 이 영화에서도 매력적인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군인 출신이라 막무가내 성격인 듯 하지만 속에는 많은 고민도 안고 있고 배려심도 있는 인물의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선하지만 우수에 찬 듯한 인상, 정적인 듯하지만 내재된 에너지가 느껴지는 연기가 컴퓨터로 만들어진 나비족 제이크 설리에게도 생명력을 입혔다. 조 샐다나가 연기한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라 할 만하다. 족장의 딸로서 강인한 면모도 보이지만 여린 마음을 어쩔 수 없는 그녀의 모습은 아프리카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거칠어 보이지만 순수한 여전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랑의 감정과 대의 양면에서 망설임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들에게서 일관되게 볼 수 있는 여전사 캐릭터 전형의 뒤를 이을 만큼 강렬했다. 이것이 컴퓨터 그래픽을 입힌 연기가 아니라 실사 연기였다면 오스카상 후보를 노려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모성애 가득한 여전사 리플리에서 이제는 연륜 있는 과학자로 돌아온 시고니 위버는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이전처럼 날아다닐 수는 없지만 그 기개만은 여전히 강인해 관객들을 흐뭇하게 해줄 만 했다. 그녀와 함께 쿼리치 대령 역을 맡은 스티븐 랭 역시 카리스마 작렬하는 악역 연기로 마지막까지 영화의 폭발력을 이어가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들의 등장 분량에서 상당 부분이 실제 배우의 모습이 아닌 CG에 의해 창조된 나비족 캐릭터임에도 이렇게 연기력들이 눈에 선할 정도로 보이는 것은 이것을 예리하게 잡아내는 기술의 덕이 크다. 로버트 저메키스가 여러 작품을 통해 꾸준히 적용해 온 기술인 '퍼포먼스 캡처'(배우들의 제스처를 그대로 포착해 CG로 담아내는 것)도 넘어서는, 배우들의 표정까지 포착해 내는 '이모션 캡처'가 그것이다. 이 기술 덕분에 100% CG로 만들어진 캐릭터라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거나 기괴한 느낌이 들지 않고 실제 배우가 분장을 저렇게 하고 연기하는 것마냥 자연스럽다. 캐릭터의 연기가 곧 배우의 연기가 되는 것이다. 로버트 저메키스가 여러 작품을 통해 아직도 의견이 엇갈리는 기술을 선보이는 동안 제임스 카메론은 한방에 이를 앞지른 것이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실사 블록버스터 중에 <아바타>처럼 3D 상영을 본격적인 목적으로 삼고 만들어진 영화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블러디 발렌타인 3D>,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등 최근에 나온 일부 호러 영화들은 3D 전용으로 만들어지긴 했으나, 성수기용 대작 영화들은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대부분 일부 장면만 3D를 적용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아바타>는 실질적인 최초의 풀 3D 실사 영화라고 해도 될 만한데, 그만큼 이 영화는 일반 스크린을 통해서 봤을 때와 3D 화면을 통해 봤을 때의 차이가 현격하다. 3D 화면으로 봐도 보통 크기의 스크린으로 볼 때와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볼 때는 또 천지차이다. 단언하건대, 꼭 볼 것이라면 이 영화는 반드시 아이맥스 3D로 봐야 하는 영화다. 비록 비용은 16,000원으로 웬만한 연극 값 못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를 하고도 남는다.
사실 <아바타>는 3D 영화라고 해서 눈에 뻔히 보이는 3D 효과를 남발하지 않는다. 흔히 3D 영화라 하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측면 샷이 아닌 정면 샷을 자주 활용한다거나, 어떤 물체가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장면들을 수시로 집어넣곤 한다. 이것은 3D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나 즉각적인 놀람만 주는 경험일 뿐이다. 2시간 4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 전체를 3D로 보여주는 <아바타>는 영리하게도 이러한 방법을 많이 쓰지 않는다. 이 영화가 3D 스크린을 통해 펼쳐 보이는 건 이런 즉각적인 쇼크 효과가 아닌 장시간의 체험 효과다. 흔히 다른 3D 영화들은 앞서 얘기한 쇼크 효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 외 평소 화면에서는 안경을 써도 두 겹의 화면이 겹쳐보인다거나 하는 기술적 오류를 범할 때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바타>는 3D 안경을 끼고 봐도 놀랍도록 선명하고, 화면이 겹치지도 않고, 어두워지지도 않는다. 영화는 3D로 봐도 전혀 이질감이 생기지 않게끔 영화 속의 환경을 세밀하게 구축하는 데 더 집중한다. 그 결과 3D 스크린을 통해 목격하게 되는 판도라의 풍경은 감탄사 밖에 나오지 못할 만큼 압도적이다. 대지와 하늘과 물을 넘나드는 각종 시퀀스들은 손 대면 만져질 듯한 사실감이 더해져 나 역시 나비족들과 함께 판도라 곳곳을 누비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특히 아이맥스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는 영화의 전경은 더욱 더 생생하다. 바로 눈 앞에 펼쳐진 듯 공중에 붕 떠 있는 섬들, 정말 다가가면 떨어질 듯 뚜렷하게 구분되는 공중의 질감, 이크란(익룡처럼 생긴 나비족의 비행 수단)을 타고 하늘을 날 때 아찔하게 스쳐지나가는 숲의 온갖 풍경들은 굳이 속보이는 쇼크 효과를 쓰지 않아도 완벽에 가깝게 구현된 3D 환경 덕분에 관객들에게 롤러코스터급의 스릴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정밀한 3D 효과는 결국 속도감 있는 액션 장면 뿐 아니라 판도라 곳곳의 경치를 그저 보여만 줘도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나비족의 거주지 '홈트리', 눈을 어디 둬야 할 지 모를 정도로 화려한 빛의 향연을 자랑하는 '영혼의 나무', 밤이 되면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며 밟으면 건반처럼 빛을 발하는 숲 곳곳의 통로들, 지구상에 한 종 쯤은 존재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시각적으로 호강하게 만드는 몸짓을 선보이는 각종 생물들까지. 이 순간, 아이맥스 스크린은 단순히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이 아닌 판도라의 세계를 비추는 창이 되고, 우리는 필름에 찍힌 영상을 관람하는 관객이 아니라 판도라의 곳곳을 탐험하는 관광객이 된다. <아바타>라는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판도라'라는 세계를 직접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이만큼 사실적인 질감을 선사하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화 곳곳에 들인 노력의 흔적은 수시로 목격된다. 먼저 판도라라는 행성이 지니는 압도적인 디테일에 있다. 우주에 존재하지도 않을 것 같은 행성과 종족의 모습이지만 그 생태계는 마치 자연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사실적이기 그지없다. 이크란, 팔메이, 타나토르 등 숲 곳곳에 서식하는 듣도보도 못한 동물들, 나비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수련 과정들,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나비 족의 생활 환경과 부족 구성원, 언어, 그들 삶의 정신적 뿌리 역할을 하는 신화들까지. 지구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어느 부족을 모티브로 따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판도라와 나비 족을 둘러싼 체계는 상상의 산물이라고 치부해 버리기 힘들 정도로 세밀하고 조직적이다. 이것은 아마도 이만큼 사실적인 시스템을 갖춘 세계여야 관객들도 진정 체험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예리한 판단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역시 그의 판단은 적중했고, 우리는 결국 영화 곳곳에서 이것은 분명 상상 속 세계임에도 실제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착각에 수시로 빠진다.
이렇게 <아바타>를 결정짓는 중요한 키워드는 피부에 와닿을 듯한 '체험'이다.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는지, 영화의 내러티브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신분을 초월한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라는 <타이타닉>의 스토리 라인을 생각하면 덜 극적일 수 있겠으나, 뭐 어차피 <타이타닉>의 이야기 구조도 새로운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바타>는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는 이방인, 영웅으로서 나서는 그의 활약상, 그리고 그의 사랑이야기 등 여러 영화에서 충분히 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따라간다. 외부인이 미지의 세계에 동화되어 가며 그곳에 정착해 간다는 이야기는 <늑대와 춤을>을 연상시키고, 여전사 네이티리의 활약상은 제임스 카메론의 전작들에서도 많이 봐왔던 요소다.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러브 스토리는 <포카혼타스> 류의 영화에서 익숙해진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익숙한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에서 흠잡을 거리가 되지 못한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타이타닉>도 닳고 닳은 신파조의 이야기였다.
이 단순하고도 익숙한 이야기는 오히려 제임스 카메론의 성격과 이 영화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준다. 그는 할리우드의 물량 공세를 대표할 만한 대작들을 꾸준히 만들어오면서 비교적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그는 스펙터클을 제대로 구현하되, 그 속에서 미국 우월주의와 같은 게으른 사상은 좀처럼 펼치지 않는다. 오히려 인도주의적 시선을 꾸준히 견지한다. <에이리언>의 여주인공 리플리는 다른 무엇보다도 어머니라는 존재였고,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존 코너는 다른 거창한 명분보다도 터미네이터와의 인간적 교감, 어머니의 파워풀한 사랑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타이타닉>에선 가진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생존의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사람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휴머니즘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 찡하게 펼쳐졌다. <아바타> 역시 그러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의 시선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 인간은 오히려 적이다. 물론 자연을 헤아리고 최대한 인도적으로 다가가려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인간들을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자연과 대화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곧 이런 인간들이 아니라 인간들에 맞서 싸우는 자연의 편에 서서 영화를 지켜보게 된다. 거대 자본주의의 횡포를 적으로 설정하고, 자연의 입장에 서서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 현실을 그대로 갖다 쓰지 않으면서 현실과 최대한 유사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며 현실의 이야기를 펼치는 영리한 방법을 쓴 셈이다. 이런 이야기가 역시나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가 소위 '돈XX'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뭐 이 사실은 '돈XX'이라 섣불리 말할 수 없을 만큼 명품 볼거리를 만들어내면서 이미 입증했지만.
단순해 보이는 제이크의 모험담 또한 거시적 관점으로 봤을 때는 이 영화와 이보다 더 잘 통할 수 없는 궁합을 보여준다. 간단히 말해 제이크는 기존의 인간 세계로부터 이동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매혹을 느끼고 점점 그곳에 정착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결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해왔던 '이방인의 일회성 모험담'보다 과감하다. 기존에 있던 세계를 버린 후 새로운 세계로의 대담한 진입. 이것은 <매트릭스>처럼 어느 곳이 진실이고 어느 곳이 거짓인지를 떠나서, 새로운 생각과 경험의 차원으로 옮겨가는 일이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를 통해 보여주려는 영화적 체험의 새로운 단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제이크의 시선이 인간 세계에서 판도라로 어느 순간 옮겨 왔듯이, 영화 역시 <아바타>를 기점으로 그 체험의 폭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감독의 호언장담이 적잖이 녹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쉽지만 기꺼이, 그의 호언장담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야기적인 면에 있어서 <아바타>는 딱히 도전이라고 할 만한 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 구조의 심플함은 곧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을 만큼, 아이맥스 3D로 목격하는 <아바타>의 세상은 1분 1초가 경이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나는 <아바타>라는 영화를 본 게 아니라, 판도라라는 곳에 잠깐 다녀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신도 아이맥스 3D를 통해서 봤을 때 이런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16,000원이 아깝다고 좀 기다렸다가 이 영화가 캠버전으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을 다운 받아서 본다면, 그것은 당신이 올해 한 가장 어리석은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예의없는 말씀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진정 마이클 베이도, 롤랜드 에머리히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영화의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