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바로 본작, [패닉 룸]의 데이빗 핀처입니다. [파이트 클럽]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지요. 본작에서도 그의 스타일은 여전합니다. 절제된 조명과 칙칙한 색감, 건조한 느낌 그대로이지요. 스릴러에 있어서 그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던 핀처는 매력적인 소재를 들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데이빗 핀처는 극적 반전을 접어놓고, 이야기 자체에서의 긴장감 조성에 집중했지요. 그만큼 영화를 이끌어나가는데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스릴러에서 내러티브란 생명과도 같습니다. 이야기 전개를 모두 알면서 보는 스릴러만큼,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것이 또 어디 있을런지요. 영화내용에 대한 정보노출을 자제한 [패닉 룸]의 광고가 그래서 몹시 마음에 들더군요. 긴박한 전개를 보여준다는 정도만 말하고 싶습니다.
조디 포스터야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우이고. 포레스트 휘태커의 연기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버냄 역을 맡은 그는 악당아닌 악당이라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를 맡아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지요. 다리우스 콘지의 촬영은 감독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패닉 룸이란 만약에 대비해 만들어놓은, 별도의 안전한 방을 의미합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것은 불안함에 대한 증명이지요. 위험이란 물리적인 것만 뜻하지 않습니다. 결국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이란 없다는 것을 영화 [패닉 룸]은 가르쳐주지요. 잠재적인 위험, 심리적인 위험으로부터 피할 공간은 어차피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합니다. 마스크 속에 그 본성을 감추고 있었던 라울처럼, 의외의 곳에서 위험은 닥치는 법이니까요.